"정부가 분할매각을 강행할 경우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지난 5일 대우자동차노조 17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일섭(37) 당선자는 정부의 분할매각 방침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또 "회사 처리 과정에서 노조가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채권단과 부품업체, 노조 3자가 참여하는 협의구조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충북 제천 출생인 김 당선자는 지난 89년 입사 이후 여러 차례 노조 대의원과 중앙운영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엔 현장조직인 '민주노동자회' 4기 의장으로 피선돼 해외매각 반대투쟁 노조비대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 당선 소감은.
= 앞으로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위원장 혼자만이 아닌, 주변의 동료들과 조합원들을 믿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심정이다. 조합원들과 함께 승리하는 싸움을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하겠다.
- 상반기 해외매각 저지 투쟁 등에 대한 평가는.
= 해외매각 반대와 공기업화 쟁취의 구체적인 상과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정확히 인식시키기 위해 다양한 교육과 현장 순회, 준법투쟁 등 작은 투쟁에서부터 조직해 들어가야 했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것 같다. 준비 안된 투쟁이 많았다고 본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는 현장 속으로 파고들겠다.
- 근소한 표차로 당선됐다.
= 결선에서 맞붙은 후보가 1차에서 낙선한 후보들과 연대한 데다가 회사쪽의 선거 개입 움직임까지 있어 쉽게 이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또 선거 과정에서 우리가 당선되면 '집행부가 몇 개월 못 가는 것 아니냐'는 등 얘기들이 많았지만 결국, 조합원들은 투쟁으로 난관을 뚫고 나갈 강력한 집행부를 선택했다고 본다.
- 한편으론 선거 후유증도 우려되는데.
= 16일부터 정상 업무를 시작하게 되면 곧 후보들 뿐 아니라 현장의 각 조직들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 생각이다. 그 자리에서 조합원들을 위해선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하나로 단결해야 한다는 말하고 싶다.
- 전반적으로 조합원들이 침체된 분위기다.
= 위기 상황임에도 조직이 침체된 이유는 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데 있다. 기댈 곳이란 노조밖에 없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그 동안 노조가 제 역할을 했느냐"는 불만이 누적됐고, 또 이번 선거에서도 "어느 진영이 되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자괴감이 있었다. 몸으로 뛰고 책임 있게 사업해 신뢰를 회복해 나가겠다.
- 회사 처리 문제에 대한 입장은.
= 우리는 분명히 해외매각 반대와 국민기업화를 통한 공기업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회사 처리 과정에 노조가 철저히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과 부품업체, 그리고 노조 3자간 대화채널이 구성돼야 한다. 이런 논의 구조가 만들어질 경우 공기업화를 포함한 회사를 살리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는 최근 해외자본의 눈길을 끌기 위해 인원조정 등을 거론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우리는 이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조합원들의 고용 안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이미 분할매각 방침을 굳힌 것 같다.
= 분할 매각은 있을 수 없다. 이는 부평공장과 부산 버스공장의 폐쇄를 의미하는 것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선 '더 이상 미래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기 의식과 불만이 쌓이고 있다. 게다가 임금이 체불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8월 상여금과 9월 사무직과 직반장 임금이 체불됐고 이 달 10일 기능직 급여 지급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체불상태가 분할매각 문제와 겹칠 경우 조합원들은 크게 반발할 것이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 앞으로 주력할 사업은.
= 당면한 과제는 회사 정상화다. 또 노조의 위상을 확고히 할 것이다. 조합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집행부가 되겠다.
- 구속자 석방 문제에 대해.
= 당연한 노조의 임무다. 조기석방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