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매체의 대표격인 조선중앙통신사가 29일 미국 부시 행정부의 집권 4년 간을 총평한 장문의 기사를 내보냈다.

중앙통신은 "21세기 `악의 제국'을 폭로단죄한다"는 제목의  `고발장'에서  "새 세기에 접어들면서 인류가 한결같이 바라고 열망한 것은 전쟁과 약탈, 지배와  전횡이 없는 평화롭고 번영하는 새 세계"였으나 "오늘날 미국의 부시 세력에 의해 `악의 제국'의 망령이 인류의 머리 위에 떠돌고 있어 평화와 발전, 문명의 세기로 돼야 할 21세기는 엄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고발장은 과거 독일 히틀러의 나치즘,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파쇼정권, 일본 제국주의의 해외침략 전쟁 등 역사적 사실과 비교해 부시 정권의 행적을 `현대판 제국주의'로 규정한 뒤 "천년이 가도 불멸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나치스 제 3제국이 12년밖에 존재하지 못했듯 `아메리카 제국'의 운명도 단명으로 끝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은 히틀러, 무솔리니, 나폴레옹과 부시 대통령 사이에는 유사성이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사례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무솔리니와 부시의 첫 의회 연설 = 부시는 2001년 1월 의회에서 있었던 대통령  취임식 연설에서 "국방력을 강화하고 그 어떤 도전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자유의 적, 미국의 적들은 오산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집권 첫날부터 부시 일당은  미국의 세계제패 야망을 합리화 절대화하는 논리와 궤변들을 늘어  놓았으며 그것은 곧 `악명높은 부시주의' 출현의 전주곡이었다.

이것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고대 로마제국의 부활을 꿈꾸며 파쇼정권을 조작한 직후 국회 연단에 처음으로 나서서 부린 광기어린 추태 그대로였다.  무솔리니는 당시 "사실 이 회의장은 시체가 너저분한 도살장으로 될 수 있다. 이 국회는 일당이 독주하는 곳으로 변하여 일당독재의 정부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당장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솔리니가 파쇼독재정치를 실시할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보였다면 부시는 `미국의 국제주의'라는 간판 밑에 세계에 대고 `힘에 의한 미국의  독재를  공공연히 선포했다.

△부시의 호전성, 나폴레옹과 비슷 = 전쟁과 정복은 역대 제국들의 생존방식이었으며 그 통치자들은 한결같이 잔악한 전쟁광신자들이었다.

나폴레옹은 "정복으로 하여 나의 현재가 존재하게 됐으며 정복에 의해서만 나는 이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떠벌이면서 20여 년간을 침략전쟁으로  흘려  보냈다. 또 과거 일본제국의 군부파쇼분자들은 "전쟁은 창조의 아버지이고 문화의 어머니"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전쟁열을 고취했다.

전쟁열에 있어서 부시 일당은 과거 제국의 통치자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 편집부장 밥 우드워드가 쓴 `전시대통령 부시'의  마지막 대목에는 "우리는 우리의 국민을 지키기 위해 지구의 네 끝에 죽음과 폭력을 수출할 것"이라고 한 부시의 발언이 적혀 있다.

△나치스의 아우슈비츠 참극, 부시가 재현 =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자행된 추악하고 야만적이며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미군의 수감자 학대 만행은  미국이 인권유린의 `왕초'이며 `망나니 정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극단적인 인간증오사상과 광신적인 인종멸종정책에 따라  히틀러  나치스트들이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저지른 대학살 만행과 인권유린  행위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으며 이로부터 국제사회는 절대로 아우슈비츠의 비극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일치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21세기에 와서 제 2, 제 3의 아우슈비츠가 부시 일당에 의해 재현됐다.

미군의 수감자 학대만행이 벌어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은 말 그대로 철창없는 거대한 집단수용소, 지옥세계가 됐다.

수감자 학대자료를 본 미 의워들까지도 미국 자체가 지옥같은 장면을  만들어냈다고, 너무나도 잔혹하여 자신들이 부끄럽다고 개탄했으니 무엇이라 더 말할 수  있겠는가. 국제법적 제도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난폭한 파괴행위는  `악의  제국'만이 감행할 수 있는 망나니짓이다.

△`아메리카 제국' 운명 불보듯 뻔해 = 1933년 1월 독일에 나치스  제  3제국을 내오고 취임선서를 하던 날 히틀러는 이 제국이 천년이 가도 불멸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히틀러가 말한 이 `천년제국'은 12년밖에 존재하지 못함으로써  `단명제국'으로 되고 말았다.

`악의 제국', `아메리카 제국'의 운명도 히틀러와 나치스 제국과 마찬가지로 단명으로 끝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하다.

제국주의는 이미 자기의 시대를 다 산 `역사의 오물'이다. 부시 세력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여 횡포무도하고 오만무례한 제국의 시대를 되살리려는 것은 오산이며 허황된 망상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일용 기자  ci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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