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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같은 자리인 과천청사 앞, 이번엔 지난 9월17일에 출범한 '덤프연대'(위원장 김금철) 조합원 약 1,500여명이 역시 건교부를 상대로 집회를 했다.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흙이나 골조를 운반하는 대형 운송장비인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덤프기사들은 대부분의 화물차기사나 레미콘기사처럼 지입차주 형태로 고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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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는 과적 책임은 운전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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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비 보조, 화물 운수와 형평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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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를 통해 덤프연대 대표자들은 건교부와 약 1시간 가량의 면담을 가졌지만 이같은 쟁점에 대해 건교부의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김금철 덤프연대 위원장은 "고유가와 벌금으로 생계조차 어려운 이름만 사장인 덤프노동자들의 시름이 깊어만 가는데 여전히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덤프가 물로 운행되지 않는 이상 우리들의 생존권 확보를 투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후 11월 민주노총의 노동자대회를 통해서도 이들의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알려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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