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채권단이 6일 회의를 통해 계열사별 주채권은행이 매각을 분담키로 함에 따라 사실상 분할매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런 결정은 매각대상이 국내 5개, 해외 36개 법인이 `패키지'로 뭉쳐져 있어 원매자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라도 조기 정상화를 달성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유일한 희망이 된 GM은 공식적인 입찰참여 의사표시도 없이 긴 침묵을 이어가고 있어 GM의 태도가 향후 매각작업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차. 쌍용차.캐피탈 등 분할매각 = 채권단과 대우 구조조정추진협의회는 올해초 매각작업을 시작할 때 대상을 대우차와 쌍용차, 대우차가 보유한 대우자판 지분 27%, 대우캐피탈, 대우통신 보령(트랜스미션)공장 등 국내 5개 법인과 해외11개 생산 및 25개 판매법인으로 잡았다.

업무 유관성을 감안해 일괄 매각을 원칙으로 했으나 입찰 참여자들이 필요한 법인들만 인수키를 희망, 나머지는 재입찰 등 추후 처리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채권은행 모임인 대우 계열 구조조정 추진협약 운영위원회의 결정은 시작부터 분리해 매각한다는 것이어서 매각의 방법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이는 매각작업이 다같이 지연되는 것 보다는 일단 살릴 수 있는 것부터 살리고 그래도 매각이 안되는 곳은 과감히 처리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산업은행은 대우차와 대우자판, 해외법인을, 쌍용차는 조흥은행, 대우캐피탈은 서울은행, 보령공장은 한빛은행이 매각을 전담하게 됐다.

이 경우 대우차와 대우자판 뿐만 아니라 트랜스미션을 생산해 대우차에 납품하는 보령공장의 경우 함께 팔릴 가능성이 높지만 대우캐피탈과 쌍용차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돼 양상이 훨씬 복잡해진다.

특히 따로 인수희망자를 찾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쌍용차와 대우캐피탈의 경우 입찰 진행과정에서 인수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던 만큼 매각이 훨씬 어려워지고 최악의 상황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쌍용차는 기술제휴 관계인 다임러의 인수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또 대우차 자체만 놓고서도 채산성이 떨어지는 일부 해외법인의 제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매각일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GM 긴 침묵 깰까= GM의 공식적인 대우차 관련 발언은 지난달 28일 파리모터쇼에서 릭 왜고너 사장이 "대우차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검토하고 있는 만큼 인수계획을 당장 얘기할 수 없다"고 밝힌 정도다.

왜고너 사장은 당시 "분할인수도 고려중이지만 결정은 정밀실사를 끝낸 뒤에 할 것"이라며 실사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 참여의사를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GM은 국내에 머물고 있는 실사팀 30여명을 통해 대우 구조협이나 채권단과의 꾸준한 물밑 접촉을 하면서 입찰에 참여키 위한 사전 요구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채권단 발표도 GM의 분할인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GM의 공식적인 의사표시가 임박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정부나 채권단이 대우차를 살리기로 방침을 정한 뒤에도 불필요한 헐값 논쟁이 계속된다면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우 구조협의 변화된 위상 = 채권단은 상설기구로서의 대우 구조협 해체를 공식화하고 채권단 협의체 형식으로 운영될 것임을 시사했다.

오호근 구조협 의장이 10일이면 8개월간의 임기가 끝나는데다 대우 계열12개사의 구조조정이 대충 가닥을 잡은 만큼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구조협의 주관사항이었던 대우차 매각작업도 산업은행으로 창구를 단일화한데 이어 주채권은행별로 분담함에 따라 구조협의 상주 인력도 불필요해졌다.

오 의장은 당초 의장직을 마치더라도 대우차 이사회 의장으로서 자문을 계속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최근 들어 문책론까지 나오면서 사외이사로 맡고 있는 이사회 의장직도 사퇴할 뜻을 측근들에게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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