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종묘공원. 자전거에 올라탄 채 한 쪽 발을 땅에 딛고 서 있는 100여명의 노동자들이 경찰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경찰이 시민들이 자전거 타는 것도 간섭을 합니까? 빨리 비켜주세요."
"그냥 타는 게 아니잖아요. 자전거 행진은 신고가 안 돼 있습니다. 불법입니다. 나중에 고발하려면 하시던가."

결국 100여대의 자전거는 한 번에 3대씩 분산돼서 광화문을 향했다. 이 자전거 행렬은 1년 전 이 곳 종묘공원에서 열린 비정규노동자대회서 "비정규직 철폐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고 이용석(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광주전남본부장)씨의 뜻을 기려 시민들에게 비정규직의 문제점을 알리고 그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이용석 열사 정신계신계승 사업회'(회장 이호동)는 이날 자전거 행진과 함께 종묘공원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이용석 노동열사 정신계승 공동실천주간' 선포식을 가졌다.

김태진 공공연맹 부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정부는 껍데기뿐인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지금은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법 개악을 추진함으로써 이용석 열사가 죽어가며 외쳤던 그 마지막 말을 한낱 공염불로 만들고 있다"며 "이러한 슬픔과 분노를 삭이지 말고 하반기 총파업을 강력하게 실천함으로써 열사의 뜻에 보답하자"고 말했다.
 

이병현 민주노동당 노동위원장은 "열사의 뜻을 이어 민주노동당은 현대판 노예제도 파견법의 확대 저지, 기간제 사용 사유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기 위해 굳은 결의를 다졌다"고 밝혔다. 이날 선포식에는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위암 말기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정종태 위원장이 나타나 야윈모습에도 "빨리 회복해서 같이 투쟁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선포식 이후 종묘공원을 빠져 나간 자전거 행렬은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별관 앞 세종로 공원, 공덕동 교차로, 국회 앞 등에서 잠깐 멈춰 약식 집회를 한 뒤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 중마루 공원에서 마무리 집회와 투쟁문화제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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