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건의료, 금속, 금융노조 등이 중앙 산별교섭을 통한 산별협약을 체결하면서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산별협약 체결은 물론 기업별 노조의 산별노조로의 전환이 좀 더 급물살을 타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의 10장2조에 대한 서울대병원지부의 반발 등에서 나타난 산별협약과 지부협약의 기능분담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들 또한 도출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양대노총과 ILO(국제노동기구) 공동 주최로 25일 오후 2시부터 여주 한국노총 중앙교육원에서 ‘유럽의 산별교섭과 단체협약, 어떻게 되고 있나’를 주제로 열린 ‘산별교섭 공동 워크숍’에서 산별교섭에서의 단체교섭 층위들 간 조율된 교섭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별교섭에서 산별과 지부 등 교섭의 층위 간 교섭 사안 등이 조율되지 않는다면 △교섭비용의 증대 △높은 수준의 노사갈등 △거시경제 측면에서 예측성 감소 등 많은 문제들을 유발한다는 것.

ILO 바카로 연구위원 "조직 효율성과 민주성 적절한 조화 필요"

이날 ILO 국제노동연구소 루치오 바카로 선임연구위원<사진>은 “단체교섭 층위들 간에 조율되지 않은 중복적인 교섭은 교섭비용의 증대, 높은 수준의 노사갈등, 거시경제 측면에서의 예측성 감소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방지하고 위해 조직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카로 연구위원은 “조직효율성만을 고려할 경우 조직의 민주성이 훼손되는 경우도 있다”며 “민주적 정당성이 조직적 힘을 가져오기 때문에 조직의 효율성과 민주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산별을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각 나라의 산별교섭 구조에 대해 설명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가 소개한 유럽 각국의 산별교섭 구조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는 사실상 이중적 교섭층위가 있고 이는 산업·지역층위에서의 단체교섭과 작업장 차원에서의 협의·공동결정으로 존재한다. 임금은 단체적으로 교섭되며 △노동시간 △숙련발전 △직무재분류와 같은 작업장과 직접 연관된 안건들은 종업원평의회에 의해 다뤄진다는 것. 그는 “독일에서 노사관계 행위자는 노동조합과 종업원평의회로 형식적으로 분리돼 있으나 실제로는 노동조합과 종업원평의회 사이에 중복 존재하며 종업원평의회는 파업권이 없고 단체협약을 할 수 없다”고 분권화된 독일의 교섭구조를 설명했다.

또 이탈리아 모델의 경우는 회사, 지역, 전국적인 교섭 등 3층 교섭구조로 이뤄져 있다. 그는 이탈리아 구조에 대해 “2년마다 갱신되는 산업차원 협약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임금조정과 어떤 안건들이 하위 층에서 다루어질 것인지를 규정하며, 4년마다 갱신되는 회사차원 협약은 생산성 및 이윤을 기준으로 생산성 성과를 재분배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또 아일랜드의 경우는 “임금인상은 3년마다 노사정 교섭에서 이뤄져 모든 산업에 적용지만 사업장 차원에서 추가 임금인상협상을 위한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며 “기업차원 협상은 노동비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휴가일정, 주야근무조 등의 안건만을 협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일랜드 시스템은 교섭층위가 전국과 기업 등 두 층위지만 엄격한 의미에서의 기업별 노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같이 분권화된 교섭구조 아래에서 단체협상의 조율은 노사행위자들 내부의 조율능력에 상당정도 의존한다'며 "조직효율과 민주적 과정에 대한 고려가 동시에 이뤄져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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