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유노련(ICFTU) 등 주류 국제노동조직이 상대적으로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 흐름에서 타격을 덜 받는 북반구 노동자들의 이익만을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민주노총의 2004년 하반기 국제연대활동가포럼의 두 번째 주제였던 ‘노동자 국제연대운동의 현황과 쟁점, 그리고 전망’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기조발제에 나선 이창근 민주노총 국제부장은 “ICFTU는 WTO 규칙에 노동권 조항을 편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고용과 임금에서 ‘자기방어’에 급급한 북반구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한 정책”이라며 “자유무역, 투자자유화, 산업활동 재배치 등 다양한 신자유주의 이슈를 다룰 때 ‘핵심노동기준 존중’만을 요구하는 것은 부와 자원의 불평등 심화로 고통을 겪고 있는 남반구 노동자들의 현실과 입장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ICFTU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주도적으로 맞서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하며 국제무역, 금융기구, 국제협정 등에 대한 대응에서 ‘로비 전략’에 치우치기보다 ‘투쟁과 동원’을 촉진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진행되고 있는 ICFTU와 세계노동총연맹(WCL)간의 통합에 대해서도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정혜원 국제식품노련·아시아태평양지부 조직담당은 “ICFTU-WCL의 통합 과정이 ‘세계노동자 계급의 단결’이라는 측면에서 고무적일 수 있지만 가맹조직들에는 공유가 안 된 채 불투명하게 이뤄졌다”며 “ICFTU와 WCL 이외에 민주적·자주적 노조가 통합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면 주류 조직들의 ‘몸집 불리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현우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ICFTU 등 주류 국제노동운동의 성향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WTO ‘핵심노동기준 조항 삽입'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원칙적인 입장을 넘어 그 한계를 명확히 진단하고 ICFTU의 실제 개혁을 위해 민주노총과 남반구 핵심 노조가 함께 할 수 있는 기획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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