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독특한 제도인 종업원 공동 결정제도를 둘러싼 개폐 논란이 이는 가운데 재계 내부에서 조차 제도의 장점이 많다며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고 독일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종업원 공동 결정제를 둘러싼 논란은 주요 기업 경영자 단체인 독일산업연맹(BDI)의 미카엘 로고브스키 회장이 이달 초 "이 제도를 보장하는 법률이 지난 1970년대에 제정된 것은 `역사적 실수'"라고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자유민주당과 일부 기독교민주연합 의원 등 보수 정치인들은 이 제도가 기업의 신속한 의사 결정과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등 문제가 많다며 폐기 또는 전면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집권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노동계는 종업원이 기업 중요 결정에 공동 참여하는 이 제도가 독일 산업의 발전과 기업 안정에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반박했다.

지난 21일 항공산업협회 총회에서 로고프스키 회장이 재차 이를 주장하자 같은 자리에 참석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재계 주요 인사들이 로고프스키 회장의 발언을 반박하며 제도 유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독일 기업 사용자의 90%가 가입된 독일고용주협회(BDA)의 디터 훈트 회장은 "결정 과정에 때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관료주의적 양상을 보여 위기관리를 어렵게  하는 경우가 있으나 전체적으론 잘못된 제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훈트 회장은 "기업 위기의 책임을 이 제도에 돌리는 것은 잘못이며, 오히려  종업원 대표가 조기에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근본적 장점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구조 재조정이 효과를 거둬왔다"며 "제도를 없애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세계적 자동차 대기업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위르겐 슈렘프 회장도 "로고프스키의 비난은 근거없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나는 다임러나 그 이전 다른 기업  회장으로서 늘 공동 결정제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시사 주간지 슈테른과의 인터뷰에서 슈렘프 회장은 " 이 제도는 어떤 경우에도 뛰어나게 기능하고 있다"며 "신규고용 창출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이 있으나  다임러의 경우 올해 독일 2천명을 포함, 세계적으로 7천명을 신규고용했다"고 반박했다.

고급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르셰의 벤델린 비데킹 회장도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판 대담에서 슈렘프 회장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

에차르트 로이터 전(前) 다임러-벤츠 회장도 공동결정제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며, 마르틴 카네기서 금속산업협회장도 제도를 없앨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독일내 미국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디르크 뮐러 미-독 상공회의소장  조차 "미국 기업들은 이 제도에 개혁할 점은 있으나 이 제도 자체가 외국인 투자를  방해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당초 보수와 진보 정치권과 노사 간에 첨예한 대립으로 번질  조짐을 보였던 이 제도의 개폐 논란이 단순한 찬반 싸움이 아닌 일부 문제점 개선이라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독일 언론은 전망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