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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법안 국회 처리 연기 제안하겠다”“연장·특근에 시달리는 초일류는 없다” 삼성에 직격탄…한때 ‘위장취업’ 노동운동 하기도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환경노동위 소속 초선의원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는 의원들이 몇몇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과 같은 노동계 출신의 김영주 열린우리당 의원이 그러했다. 그러나 삼성SDI의 근로기준법 위반과 부당노동행위 문제를 집요하게 추궁해 결국 노동부의 특별조사 실시를 이끌어낸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의 활약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기에 더욱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우 의원을 만나 직접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비정규법안의 국회 처리 연기를 제안하겠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인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20일 “현재 국가보안법 등 ‘4대 개혁법안’에 모든 개혁세력이 힘을 모아야 할 시기인데, 노사 모두 반대 의견을 내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비정규법안을 굳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하면 ‘범개혁 전선’이 교란되는 측면이 있다”며 “23일 예정된 열린우리당 환경노동위 의원 모임에서 비정규법안의 국회 처리 시기를 미루자고 제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매일노동뉴스 박여선 기자
우 의원은 20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예를 들자면 국가보안법 폐지와 형법보완이라는 열린우리당 당론도 일부에서는 못 마땅하고 불만족스러울 수 있겠지만 이 정도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라고 생각한다”며 “비정규법안도 100점은 못 가더라도 50점은 일단 넘어야 처리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해, 정부의 법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우 의원은 70년대 긴급조치 세대 의원들의 모임인 ‘아침이슬’과 재야출신 의원 모임인 ‘국민정치연구회’ 결성에 중추적 역할을 했으며, 국가보안법폐지모임과 이라크파병중단모임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정감사에서 ‘무노조 신화’를 자랑하는 ‘삼성’의 위법적인 연장근로 한도 초과 등을 집중 제기해 노동부의 특별조사 실시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대학 재학 시절 전두환 반대 투쟁으로 구속되기도 했던 그는 80년대 초중반 서울 구로와 인천 부평지역에 ‘위장취업’해 노동운동에 뛰어들기도 했다. 80~90년대 사회과학서점으로 유명했던 연세대 앞 ‘알 서점’ 대표를 맡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등 지하노동운동 조직의 ‘운동자금책’ 역할을 하기도 했다는 그는 지난 총선에서 서울 노원구에서 출마해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우 의원은 지난 4월 국회 당선 직후 “한국정치의 부레옥잠이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한다. 부레옥잠은 수질정화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물에서 자라는 풀이다.

- 삼성의 노동문제를 집중 제기했는데 삼성과 무슨 악연이라도 있나.
“그렇지 않다. 친척 중에도 삼성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있다. 삼성의 노조문제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다만 국회의원이 되면서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마치 노동자의 임금이 높아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는데, 이러한 왜곡된 인식을 깨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문제에서부터 접근해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국감을 앞두고 삼성일반노조에서 찾아와 묵직한 자료더미를 전해주고 갔다. 무심코 자료들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삼성SDI에서 일하다 올해 초 과로사로 사망한 한 노동자의 임금명세서를 보니, 한달 근로시간이 무려 518시간으로 적혀 있었다. 이 노동자의 월 급여는 310만원 정도 되는데 초과근로수당과 야근·특근수당을 제외하면 170만원도 안됐다. 월 300시간만 넘어도 장시간 노동이라고 하는 세상에서 ‘초일류 기업’을 자랑하는 대기업 삼성이 노동자들을 이렇게 불법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고 ‘고임금’을 준다고 선전하는 것은 명백한 기만이다. 삼성의 해명서도 받아 봤는데 모두 허위였다. 세상은 이미 국가보안법 폐지를 논할 정도로 변했는데, 노동현장은 내가 공장 일을 하던 80년대에 비해 나아지지 않은 것 같았다. 임금명세서를 보고나서 며칠 동안 밤잠을 설쳤다.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멍했다. 이번에 노동시간만큼은 반드시 바로잡아야겠다고 다짐했다.”

- 삼성은 무노조 신화를 자랑하는데.
“삼성에 노조를 만들든 말든 그것은 삼성 노동자들의 자유이다. 다만 불법적인 방법을 써서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안 된다. 삼성이 진정으로 ‘초일류’ 기업을 지향한다면 노동자들의 삶의 질도 ‘초일류’로 높여야 한다. 노사가 평등하고 정상적인 계약 관계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후에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고 말고는 노동자들의 몫이다.”

-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의 역할에 대한 소견은.
“환경노동위는 지속가능한 환경과 노동자들의 권익보장에만 신경 쓰면 된다. 정부에도 각 부처가 있고 각 부처들은 자신들 소관 영역의 입장에서 정책을 제시하면, 국무조정회의 등에서 여러 의견들을 조정해 최종 정책을 내 놓는다. 국회에도 각 상임위가 있다. 재경위와 산자위는 경영계 의견을 중심으로 다루면 되고 환경노동위는 환경과 노동을 중심으로 다루면 결국에서는 이러한 의견들이 모여서 조정절차를 거치게 된다. 환경노동위가 경영계의 의견을 미리부터 고려해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환경노동위에 맡겨진 고유의 임무는 노동자 권익보호이다.”

ⓒ 매일노동뉴스 박여선 기자

- 정부의 비정규법안과 공무원노조법을 어떻게 보나

“비정규법은 노동계도 반대하고 경영계도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있어 손질을 해야 한다는 데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내용도 문제지만 입법 시기도 좀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23일 열린우리당 환경노동위원 모임에서 입법을 미루자고 제안할 생각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등 4개 개혁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라도 미뤄야 한다. 모든 개혁진영이 4대 개혁법안 통과를 위해 하나로 모여야 하는 시점에서 비정규법안이 논란거리로 등장하면, 전선의 교란요인이 될 수도 있다. 비정규법안의 내용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쟁점에 대해서도 시간을 두고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서 형법보완을 하겠다고 했는데, 여기에 대해 못마땅하고 불만족스러운 이들도 있겠지만 최소한의 합의라고 생각하듯이, 비정규법안도 100점은 못 가더라도 50점 쯤은 일단 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공무원노조법도 참 어려운 문제이다. 개인적으로는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여건도 고려해야 하고… 이번 정부법안을 출발점으로 보고 미비하더라도 계속 논란을 벌여가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

- 국감이 끝나간다. 스스로 평가한다면.
“한 60점 정도? 첫 국회활동이고 첫 국감인데 국보법 폐지와 이라크파병중단, 아침이슬 결성 등 ‘외도’를 하느라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듣지 못한 점이 아쉽다. 상임위 활동을 통해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려 한다. 또 짧은 시간동안 지방으로 돌아다니며 산하기관별로 진행하는 국감의 효율성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내년에는 중앙부처의 각 국별로 감사를 진행하고 산하기관들은 국별 감사 때 묶어서 하는 방안을 제시했더니, 환경노동위 의원들이 다들 좋다고 했다. 내년에는 충분한 정책국감이 되도록 준비하겠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상시국감’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다.”

약력
1957 서울 출생
1981 대학 재학시절 전두환 반대시위로 제적·투옥(3년형)
1984~6. 구로·부평 등에서 노동운동
1989~92. 평화민주통일연구회 총무국장
1995~98. 서울시의회 의원
1995~2002. 수도권쓰레기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연대회의 고문
1996~1999. 한국여성민우회 환경센터 자문위원
2000~ 환경정의 시민연대 운영위원
2000~2003. 환경관리공단 관리이사
2002~2004. 강남·강북 균형발전을 위한 주민연대회의 의장
2003.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무분과 자문위원
2004~ 반부패 국민연대 정책위원(현)
2004. 6. 서울균형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 책임연구위원
2004. 6.~ 17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조상기 기자  westa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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