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란 말은 ‘서로 돕는다’는 뜻이다. 최근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열린우리당과의 공조를 둘러싸고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당내 활동가들 간에 민주노동당이 과연 열린우리당을 도와야 하는 것인지, 또 열린우리당에게 민주노동당이 도움받을 것이 있는지를 놓고 입장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공조에 찬성입장을 견지해왔던 측에서는 열린우리당이 4개 개혁입법의제로 설정한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법 제정, 사립학교법 개정, 언론관계법 개정 등이 개혁의제라는 것에 동의한다. 따라서 개혁적 내용을 담고 있으면 열린우리당의 입법안에 대해 공동발의를 포함, 표결시 찬성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공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회찬 의원처럼 “사실상 개혁공조는 개혁법안 각각에 대한 각론 공조”임을 강조하는 입장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또 열린우리당과의 공조를 통해 발언권 등을 신장시킬 수 있는 등 의회정치 활동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심상정 의원이 “일단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말할 수 있는 ‘연단’으로서도 공조틀 유지는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15일 당 대표단과 의원대표단 연석회의를 열어 열린우리당이 17일 정책의총을 통해 4대개혁입법의제에 대한 입법안 당론을 확정하면, 그 구체적 내용을 보고 공조를 지속할 것인지 파기할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17일 열린우리당의 정책의총을 지켜본 민주노동당은 “개혁공조의 의미가 실종되었다”며 열린우리당을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이 때문에 공조파기가 유력한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18일 최고위원단과 의원단 연석회의를 갖고 천영세 의원단 대표의 브리핑을 통해 열린우리당이 확정한 입법안의 개혁성을 문제삼으며 공동발의할 수 없음을 천명하면서도, 열린우리당에 원내대표회담을 제안하면서 협상과 공조의 여지를 남겨두겠음을 분명히 했다. ‘개혁’공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개혁‘공조’를 통해 의회정치 활동의 폭을 넓히는 데 우선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공조에 반대해왔던 측은 그간 열린우리당의 4대개혁입법의제가 개혁적 의제라는 것에 동의하지만,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형법보완안이 국가보안법 폐지의 핵심적인 이유인 7조를 사실상 존치시키고 있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혁적 내용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주장은 17일 열린우리당의 정책의총 결과로 그 타당성을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공조를 반대하는 측에서도 공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공조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열린우리당과의 공조가 ‘무늬만 개혁’인 입법안 발의와 통과에 ‘그릇된 명분’을 제공해주는 것이 되며, 민생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의제를 억압·배제하게 된다고 주장해왔다. 공조를 통해 의회정치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생고에 시달리는 사회적 약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해 경고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필자 역시 레이버투데이(9월18일자)를 통해 공조에 비판적인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에서 당원교육을 총괄하고 있는 지도부 인사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역을 돌며 교육을 하는데, 지구당 위원장들을 비롯한 당원들이 ‘무슨 얼어죽을 공조냐’라며 공조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의회정치의 폭을 넓히기 위한 연단으로 공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사들. 당내 정치의 폭을 넓히는 것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상황이 이렇다면 공조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공조란 서로 돕는다는 뜻인데, 도대체 열린우리당으로부터 도움받는 것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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