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의 노동조합원들이 17일 수도  워싱턴의 링컨 기념관 앞에 모여 '1백만 노동자 행진'이라는 이름의 집회에 참석했다. 당초 예상보다는 작은 규모의 집회였지만 참석자들은 근로자 권리에 대해 열정적인 탄원을 한 셈이다.

18일자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의 집회를 흑인 인권운동가인 고(故)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연계했다. 이들은 킹 목사가 1963년 8월  "나는 희망이 있다"라는 연설을 해 유명해진 장소에 집결했다. 노동자들은  킹  목사가 꿈꾸던 사회적, 경제적 평등은 아직도 꿈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크레인 운전사로 집회에 참석한 클래런스  토머스(57) 지역 책임자는 "미국 대다수 노동자들의 형편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토머스 씨는 "부두 노동의 환경이 악화함에 따라 우리 젊은이들은 더 암울한 미래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자들은 기념관 앞과 연못에 모여 직업 창출, 의료보험 확대, 이라크전 종전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동할 수 있는 공간과 잔디밭이 보여 집결자는 정오까지 집회 허용 인원인 10만 명을 훨씬 밑돌았다. 경찰 당국은 집결자를 1만 명  이하라고 추산한 반면 주최측은 1만-1만5천 명이라고 주장했다.

주최측은 `1백만 근로자 행진'이라는 이름은 참가자의 수보다는 1995년에  있었던 1백만인 행진을 본뜨려는데 더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최측은 참가자 수에 실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최측은 다만 지방에서 노동자를 태우고 올라온 버스 약 30대가 당국이 막는 바람에 사람을 내리지 못하고 로버트 F. 케네디 기념관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고 불평했다. 그래서 상당수 노동자가 늦게 집회장에 나타나거나 아예 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날 워싱턴 항의 집회와 관련 소규모 행진은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공원 경찰 관계자는 시위 금지 구역인 베트남전 참전용사 기념관 부근에서 시위를 한 여성 한명이 경범죄로 체포됐다고 말했다.

집회자 가운데는 우편 노무자, 부두 노동자, 학교 버스 기사, 교사, 백화점  직원, 철도 수리창 직원 등이 있었다. 이들은 선거에 앞서 당면한 문제인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승용차, 버스, 비행기 등으로 워싱턴으로  왔다고 말했다.

일자리의 해외 이전 중단도 이날 집회에서 요구한 사항 가운데 하나였다. 노동자들은 이외에도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주장에 부합하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의료  보험, 애국법의 폐지, 공립학교를 위한 재원 증액, 무료 대중교통 등도  요구했다.

반전 기운도 강했다. 노동자들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와 정당하지 못한 전쟁을 벌였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그래서 수십억 달러가 학교나 지역사회를 돕는데 쓰이지 못하고 전비로 지불됐다고 주장했다. 버지니아주의 철도 노동자 마크 바버(51) 씨는 "우리는 고용이 필요하며 배치가 필요하지 않다(We need to employ, not deploy)"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허형석 기자  longfl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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