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함성이 런던 중심가를 뒤흔들었다.

일요일인 17일 수만명의 군중들이 런던 시내 중심가에 운집해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의 불법적인 이라크 점령을 종식시킬 것을 촉구하는 반전시위를 벌였다.

전세계 반전운동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날 시위에서 군중들은 "연합군 철수", "블레어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영국박물관 인근의 러셀 광장에서 국회의사당을 지나 번화가인 트래펄가 광장까지 평화행진을 벌였다.

시위를 주관한 전쟁중지연합(Stop The War Coalition) 측은 10만여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2만여명으로 추산했다.

시위대는 피리를 불며 "부시를 중단시켜라" "블레어를 비난하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을 했으며 일부는 댄스 음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울긋불긋한 의상을 차려입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행렬을 뒤따랐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유럽사회포럼 런던회의 폐막에 맞춰 조직된 이날 시위에는 이라크에서 숨진 영국군 병사 등 전쟁 희생자 가족들도 참석해 영국군 철수를 요구했다.

지난해 바스라에서 영국군으로 참전한 아들을 잃은 레그 키스는 러셀 광장에서 한 연설을 통해 "블레어 총리의 거짓말에 속아 영국의 군인들이 이라크에서 목숨을 바쳤다"면서 "이라크의 불법적인 `킬링 필드'에서 우리의 아들과 딸을 즉각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무장단체에 참수된 영국인 근로자 케네스 비글리의 동생인 폴 비글리는 대리인이 발표한 성명에서 "이라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반전시위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전쟁중지연합 대변인은 "불법적인 점령이 중단되지 않으면 이라크에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양심은 이라크 전쟁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경찰은 "위협적인 행동을 한 시위대원 8명이 체포됐지만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고 시위는 평화적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계 60여개국의 반세계화 운동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15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열린 유럽사회포럼 런던회의는 이날 반전 평화시위 참가를 끝으로  폐막했다.

반인종주의, 인권, 여성 단체들과 노조, 좌파 정당 등으로 구성된 유럽사회포럼은 자본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30가지 주제의 토론회와 150회의  세미나,  220차례의 워크숍 등을 개최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 특파원    l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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