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 덕에 예년 국정감사와 달리 다양한 상임위에서 노동문제가 속속 나오고 있다.
 
행정자치위 국감에서 파업 현장에 투입된 경찰들이 노사관계의 한 당사자인 회사 쪽으로부터 식사를 제공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법사위 국감에서는 노조 간부에 대한 회사 쪽의 고소사건에는 재빨리 대응해 2주일만에 구속까지 집행한 검찰이, 노조의 회사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고소 건은 두 달이 넘도록 피고소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는 ‘편파성’ 지적도 있었다.

이들의 행위는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 보면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파업현장에 투입된 경찰들이 공짜 밥을 먹은 것도 아니고, 검찰이 불법을 눈 감겠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들은 국감장만 벗어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관례’에 따라 행동한다.

검경과 행정기관들이 이런 행태를 반복하는 이유는 하나의 깊은 인식의 뿌리에서 비롯된다. 이들에게 ‘노조’는 힘 약한 개별 노동자와 힘 센 사용자의 관계를 그나마 평등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이 아니라, 의사협회 같은 하나의 ‘이익단체’로 보인다. ‘노동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과 자본의 불평등한 관계를 보완하기 위한 ‘사회법’이 아니라 노동자 편을 드는 ‘불합리하고 이상한 법’으로 인식된다.

그러니 이들의 눈에 파업은 “이익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경제와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반사회적 행위”로 비치고, 따라서 검경은 ‘공익’의 이름으로 이들을 어르고 달래거나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지닌다.

이러한 인식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판검사와 기업가, 언론인, 교육자, 여야 정치인 등 다양한 분야의 ‘지도자’들과 ‘보통사람’들의 머릿 속에 깊이 각인돼 ‘거대한 인식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니 법 집행과 공권력이 편파적일 수밖에 없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지난해 2월 누군가 말했다. “아직 노동계에 비해 경제계의 힘이 세고 경제성장논리가 우세하기 때문에 사회적 힘의 불균형 해소에 적극 나서겠다.” 아직도 이 말이 유효한지 노동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