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불과 20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한 비난에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대선에 대한 북한의 공식 입장은 `누가 되든 상관없다'며 다만 대북  정책만을 문제삼겠다는 것이지만,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반(反)부시 공세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 마치 부시 대통령 낙선운동에 나서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북한의 `부시 때리기'는 최근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자주 등장하지만 외무성 대변인의 공식 발표에서도 읽을 수 있을 정도다.

실례로 노동신문은 지난 3일 `재집권 꿈을 실현하려는 정치적 사기극'이라는 글에서 "미국에 번영만을 가져다 줄 것처럼 장담하던 부시는 세계를 소란스럽게  만들고 미국을 궁지에 빠뜨려 정치적 파멸의 운명에 처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반(反)부시 열풍이 세차게 일고 있다"면서 "`부시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좋다'는 것은 얼마전 미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뉴욕  실내종합경기장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이던 미국인 속에서 나온 반부시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의 제59차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지난 8일  "일장연설을 했지만 회의장 반응은 너무 저조했다"면서 "`전쟁대통령',  `폭군',  `신보수주의의 두목'으로 미움을 받는 부시이고 보면 응당한 대접을 받은 셈"이라고 깎아내렸다.

또 노동신문은 9일 미국의 선거제도가 자본가 계급의 독점, 빈약한 대표성 등으로 얼룩져 있다고 비난하며 "그러니 대통령으로 당선된 자들이 무슨 바른 정치를 할수 있겠는가"라며 그 예로 부시 대통령을 들었다.

지난 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핵 문제를 다뤘지만 지난 4년간 쌓인 불만을 그대로 표출했다. 즉, "집권 첫날부터 선행 정권 시기의 조ㆍ미 합의를  전면부정하고 지난 4년간 우리를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면서 "조선반도에 오늘 같은 대결사태가 조성된 것은 부시 행정부 때문"이라고 몰아세웠다.

이번 선거에 대한 북한의 대외적인 공식 입장은 "대통령이 누가 되든 상관 없다"며 `사람' 보다는 `정책'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선을  관망하는 북한 탓에 6자회담 개최가 늦어졌다는 미국측 시각에 대응해 나온 성격이 강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존 케리 민주당 후보에 대한 북한측 비난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북한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단적인 예가 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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