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속만 안 좋았는데 두통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점점 콜레스테롤과 나트륨 수치가 높아지고 피곤이 쌓여가더군요."

맥도날드와 패스트푸드 업체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사이즈 미'(Super Size Me)의 모건 스펄록(34) 감독이 이 영화와 함께 부산 영화제를  찾았다.

'슈퍼사이즈 미'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비만의 '주범'으로 묘사하는 영화. 올해 선댄스영화제와 AFM(아메리칸 필름 마켓) 등에서 공개되며 미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6만5천 달러(약 7천500만원)의 제작비로 개봉 후 3주 동안 제작비의  50배에 가까운 300만 달러(약 34억원)를 벌어들이기도 했다.

영화가 화제를 낳았던 것은 패스트푸드의 '유해성'을 설명하기 위해 스스로  한달 동안 맥도날드에서 세 끼 모두를 해결하는 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감독은 30일 동안 하루 세 끼를 맥도날드만 먹으면서 자신의 몸에 생기는  변화를 관찰했고 이 과정을 고스란이 카메라에 담았다.

10일 낮 해운대의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그는 전날 밤  공항에서 먹었다는 김치찌개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여자친구의 권유로 김치찌개를 먹었어요. 채식 요리사인 여자친구가 음식 선택을 꽤 까다롭게 하는데 김치나 김치찌개에는 'OK' 사인을 내린 것이죠. 마침  저도 음식 선택에서 '모험'을 즐기는 편이라 '도전'을 해봤죠."

그가 영화 속 비판의 대상으로 맥도날드를 '찍은' 것은 패스트 푸드 체인 중 가장 대표적이고 영향력 있는 업체이기 때문. 그는 "슈퍼사이즈 메뉴를  비롯해  여러 음식들은 맥도날드를 통해 퍼져 나갔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패스트푸드를 비판하고 있지만 스펄록 감독은 "햄버거 자체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음식 자체가 아니라 비만을 '권유'하는 미국의 음식문화와 이를 조장하는 패스트푸드 업체에 있다는 것.

"매일 개인의 식단에서 패스트푸드를 빼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미국 사회에서 맥도날드의 패스트푸드는 흔한 음식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게 얼마나 몸에 좋지 않은지 모르고 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한 달 동안 그의 체중은 12㎏이나 늘어났으며 콜레스테롤  수치는 눈에 띄게 높아졌다. 실험 도중 그는 결국 의사의 중단권고를 받기도 했다.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한 이유는 경각심이 관객들에게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가기 하기 위해서다. "책이나 신문은 정보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데 비해  영화는  영향이 좀 더 직접적이잖아요. 제가 실험대상이 됨으로써 사람들이 맥도날드가 얼마나 건강에 좋지 않은지 더 쉬우면서도 직접적이고 느낄 수 있는 것이죠."

뉴욕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한 그는 이후 몇몇 현장에서 스태프로 일하다가 "결국 하고 싶은 일이 연출이라면 당장 눈에 보이는 것부터 연출을 시작해라"는 동료의 조언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화씨9/11'의 마이클 무어 감독에 대해 "다큐멘터리에 '재미'라는 것을  삽입해 수익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고맙게 생각한다. 나뿐 아니라 수많은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영향을 미친 훌륭한 감독"이라고 설명하는 그에게 다큐멘터리의 장점이 무엇인 것 같으냐고 물었다.

"다큐멘터리는 표현하는 자유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신문이나 방송 같은 언론매체들도 있지만 이들은 광고에 억매일수 밖에 없죠. 이들이 맥도날드를 비판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광고 때문입니다."
  
(부산=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