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배출한 최고의 철학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해체주의 창시자 자크 데리다가 9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4세.

그는 2003년 췌장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파리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누구보다 난해한 철학자로 널리 알려진 고인은 플라톤 이후 서양 철학사및 지성사의 이론과 사상에 관한 학설을 해체하며 주목 받았다. 또 미술, 음악, 건축  분야에도 자신의 독특한 사유 방식을 적용하며 다양한 연구 성과를 남겼다

이처럼 도발적이고 난해한 사유 세계로 인해 철학 세계가 지나치게 모호하고 허무주의적이란 비판도 받았다.

고인은 1930년 7월 15일 프랑스령 알제리 엘비아르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뒤 프랑스 명문 고등사범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부터 이 학교에서  철학사를 가르쳤다.

그는 1980년 소르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프랑스와  미국의  대학을 오가며 후학을 양성했다. 1983년엔 국제 철학학교를 만들어 초대  교장에  취임하는 등 철학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1981년엔 체코 지식인을 지원하다 체코 당국에 구금당한 적이 있고 동성애자 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등 상아탑에만 머물지 않고 인권 옹호를 위한 투쟁을 벌였다.
  
그는 전통적인 텍스트 읽기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텍스트에는 저자도  이해하지 못하는 다극적 의미가 들어 있다고 전제하면서 지난 수천년 동안 서구  철학이론을 지배해 온 이른바 '현전(琅前)의 형이상학'을 뒤집고  해체론이라는  혁신적인 사유방식을 도입했다.

그는 서구 철학의 근저엔 본질과 현상의 이항대립이 자리잡고 있으며 본질은 현상에 비해 우선적이자 우월한 것이고 현상은 본질에서 파생된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차이와 반복', '그라마톨로지', '글쓰기와 차이', '철학의 여백', '마르크스의 유령들' 등 저서 수백권을 남겼다.

그는 지난 8월 르몽드와 회견에서 "아주 위험스런 질병을 앓고 있다. 나는 자신과 '싸움중'이고 이는 무섭고 고된 싸움이지만 이것이 바로 인생이란 걸 안다"며 죽음에 대한 담담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실비안 아가친스키와 사이에 아들 다니엘을 뒀다. 아가친스키는 뒤에 리오넬 조스팽 전(前) 프랑스 총리와 재혼했다.

한편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성명에서 "고인은 프랑스가 나은 당대  최고의 철학중 한사람이자 우리 시대 지적인 삶에서 주요 인사중 한사람이었다"고  애도했다.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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