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이제 실업은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돼 버렸다. IMF 구제금융 이후 실업과 불안정고용의 문제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고착화되고 있는 상태다.
 
가족을 책임져야 할 중장년층부터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까지 실업은 이미 사회문제로 확대됐다. 특히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속에서 그나마 ‘고용’이 돼야만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우리의 현실은 ‘실업자’에게는 더욱 커다란 고통이다.

실업은 곧 사회에서 배제를 의미하게 되며 사회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실업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 첫 단추가 공공고용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고용서비스는 구성원의 이탈을 막아주는 ‘그물망’과도 같다. 사회에서 배제된 실업자에게 원하는 일자리를 빨리 구해줘 사회복귀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공공 및 민간기관에 산재돼 있는 고용정보와 취업정보, 진학정보 등 각종 국가 인적자원 정보시스템을 2007년까지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고용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이렇게 종합 정보서비스가 구축되면 구직자나 전직 희망자, 진학 희망자 등이 여러 정보시스템을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한 번에 자신에게 맞는 양질의 고용·취업, 교육훈련, 자격(자격의 취득·활용), 복지서비스 등의 정보를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구직자가 ‘보다 편리하게, 보다 빨리’ 원하는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고용 정보시스템을 혁신하는 문제이다.

이번 일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노동부 산하 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 강순희 원장을 1일 만났다.

- ‘중앙고용정보원’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일자리, 인재정보의 최대 중심지다. 이것이 첫 번째 기능이다. 정보원이 운영하는 취업정보통합네트워크시스템 ‘Work-net(워크넷)’에는 노동부 고용안정센터뿐만 아니라 산업인력공단 고용촉진센터·시군구·읍면동 등 전국 국가기관의 구인·구직 정보가 연계돼 있다. 1년에 50만명이 워크넷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고 하루 20만명이 접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력수급 동향, 직업훈련, 고용보험 등 우리나라 고용의 모든 정보를 모아놓고 배포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직업분류, 직업사전, 자격종목 등 직업에 대한 기초 자료를 연구하는 ‘직업연구의 메카’ 기능을 하고 있다.
내용적으로 크게 세 가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업무로 전산망 관리 운영과 연구개발 조사를 한다고 보면 된다.”

정보의 방대함을 반영하듯, 일자리·인재검색·직업탐색·각 학과 정보는 물론 피보험자 정보·고용보험 가입 여부 등이 담겨있는 고용정보원의 웹 서버 등 시스템운영 장비 가치만 무려 700억원 대라고 한다.

- 하고 있는 일에 비해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
“그런 지점이 분명히 있고 원인을 분석해 봤다. 정부 부처 중심으로 운영됐고 성인 위주의 서비스였다. 빠르게 구인구직을 원하는 실업자를 위한 내용도 필요하지만 지금 고용정보원이 갖고 있는 정보로 직업·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충분히 다가갈 수 있다. 이 점이 소홀했다. 올해 ‘진로와 직업’ 교과서를 발간하고 직업지도를 학급단위 전국 학교에 배포했던 것도 새로운 영역인 청소년층에 가깝게 가기 위해서였다. 직업의 세계, 노동관 등 살아있는 고민을 할 수 있다보니 상당한 반응을 얻고 있다. 또 하나, 그 동안 기업 서비스가 부족했다. 좋은 일자리 정보를 배치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 ‘노동시장 통합정보시스템’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추진되고 있는 것인가.
“고용·취업 종합 정보 서비스 구축사업은 참여정부 전자정부 31대 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314억원의 예산을 들여 2007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대통령도 지난 3월 노동부 업무보고, 8월 17일 국무회의에서 고용안정망을 완벽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는 고용서비스 강화 사업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 노동부를 주무부처로 재경부, 교육부, 행자부, 기획예산처, 청와대, 국무조정실, 학계 등이 참여하는 ‘고용서비스 선진화위원회’와 ‘고용서비스 선진화 기획단’을 최근 구성, 연말까지 운영하고 필요시 연장하기로 했다. 노동부를 주무부처로 하는 위원회가 구성되기는 처음이다.
 

- 계획을 보면 2007년 민간 부분의 고용·취업 정보까지 통합할 예정으로 나와 있다. 민간도 이미 커다란 시장이 형성됐는데 가능하겠는가.
“우려되는 지점이 크게 세 가지다. 5대 메이저 회사를 포함해 민간취업 사이트가 약 300개 정도 된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질에 대한 관리가 잘 안되고 있다. 극단적으로 인신매매라는 심각한 상황부터 불법 수수료 등 문제가 많다. 반면 워크넷은 모두 검증해서 올라가는 정보들인데 통합했을 경우, 민간의 악영향으로 워크넷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방대한 공공영역이 시장에 개입하면서 시장 질서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점인데 보완 장치를 마련 중에 있다. 고용서비스가 좋은 일자리를 빨리 찾아주는 것이 기본적 역할인 만큼, 우려지점을 최대한 해소한다는 목적아래 큰 들에서 통합으로는 갈 것이다.”

- 직업안정기관 등 고용서비스 전반은 아직 더딘데, 정보시스템만 앞서간다는 느낌도 든다.
“고용서비스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온라인만으로는 안 된다. 함께 가야하고 그렇게 추진되고 있다. 최근 노사정위원회에서 ‘고용서비스 선진화 합의문’이 채택됐고 ‘고용서비스 선진화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심층적인 논의가 되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공공·민간부문 등 총 7,800여 개소에 이르는 직업안정기관의 기능이 상당수 취약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유일하게 취업알선, 직업상담 등 고용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인 고용안정센터도 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 취약근로계층 등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 센터를 찾게 되는 것인데, 10~20분으로 심층적인 얘기를 나눌 수 없다.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인력이다.”

- 단계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중앙고용정보원이 중심이 돼 수요자 위주의 고용서비스 1단계로 청소년 워크넷과 고령자 워크넷 등 특성별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내년까지는 여성, 장애인, 기업대상으로 단계적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통합을 위한 기술적인 부분인데 구인·구직, 자격, 고용보험, 직업훈련 등 각 정보마다 시스템 점검, 코드연계, 입력방식 통일 등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작년에 기초적인 파악은 해둔 상태다. 이 밖에 고용허가제도 도입된 만큼, 외국 인력을 위한 정보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 어려운 점은 없나.
“가장 큰 장벽은 비협조다. 고용이 중요하다는 것은 인지돼 있지만 고용서비스 등 이런 부분에서는 아직 충분한 상태가 아니다. 부처간 의견을 모아가는 작업이 원활한 것은 아니다.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있는 일자리에 인재를 제대로 배치하는 것이 더욱 본질적인 문제다. 여론도 고용서비스가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만큼,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

강순희 원장은 “고용과 복지는 여전히 국가의 책임”이라며 남은 1년 5개월의 임기(2006년 2월) 동안 노동시장 통합정보시스템을 위한 확실한 주춧돌을 만들어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순희 원장은 대통령인수위 경제분과 전문위원,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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