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원인도 있지만, 기업이 편법적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데서 기인하는 측면이 많다. 감독행정을 강화해 각종 탈법적인 비정규직 양산을 막도록 하되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고용불안 최소화, 근로조건 개선에 (노동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난 2001년 7월23일 출범한 노사정위 비정규특위 위원장을 맡아 2년 가까이 특위를 이끌어 온 윤성천 광운대 교수(법학)가 특위 활동기간 내내 강조해 왔던 말이다. 비록 특위에서 노사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공익안을 내는데 만족해야 했지만 그는 “비정규직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보다 더 시급한 과제일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비정규직 보호방안이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특위 공익안을 반영했다는 지난 9월10일 노동부의 ‘비정규직보호입법안’을 접하고는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최근 그가 위원장으로 있는 노동부 정책자문위원회 회의에서도 정부안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는 그는, 지난 2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명칭은 ‘보호’인데 실제 제대로 운영될 지도 의문이고, 과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정부 역시 자신하진 못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차별’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구제하는가?

우선 그는 기간제와 관련, 정부가 강조하는 ‘차별시정’ 조치가 과연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차별의 판단 기준도 축적되지 않았고, 행정인력 역시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노동위원회를 통해 차별이 시정될 수 있다고 어떻게 안심할 수 있느냐”며 “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무런 고용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제 발로 노동위원회를 찾기 어렵고 특히 단기 계약직의 경우 구제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시간 노동자도 마찬가지. “초과근로를 제한한다지만 1주 12시간까지 허용하고 있고, 사용자의 부당한 연장근로 지시에 대한 거부권이 있어도 실제 노동현장에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비정규직이 얼마나 많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계가 주장하는 기간제 사유제한과 관련, “가장 확실하게 보호하는 방안이지만 현실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보다는 기간종료만을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 없도록 하는 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계약기간이 종료되더라도 해당 업무가 계속 유지된다면 ‘정당한 해고’가 아닌 것으로 해석하는 방안 등이다. 현재 정부 안에서는 ‘3년을 초과’해 사용할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기간 만료만을 이유로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또한 그는 “정부 안대로라면 3년까지 기간제를 쓴 사용자가 그 기간제 근로자에 투자한 기술습득 등의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안 짜르겠다고 기대하는 것밖에 다른 보호방안이 없다”면서 “오히려 1년 계약직이면 1~2회, 6개월 기간제이면 3~4회 가량 반복갱신이 이뤄질 경우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으로 본다’는 간주조항을 넣어 자연스런 정규직화와 고용안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용형 파견 전제로 파견업종 조정 가능”

파견에 대해 “불법파견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우선은 법 개정보다 단속을 제대로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차별시정, 3개월 휴지기 등의 보완장치가 있다고 하지만 기업들은 이 기간에 일용이나 단기계약직을 사용할 것이 분명하다”며 “파견법안은 결국 사용자가 보다 쉽게 거의 대부분 업종에 파견근로자를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동부 조사결과 현 파견업체의 40% 가량이 ‘상용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100%가 ‘모집형’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부분 파견업체가 영세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용형’ 파견을 전제로 해야 업체 계약해지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정부 법안에서처럼 한꺼번에 파견을 거의 전 업종으로 확대할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허용·금지업종을 정하되, 단순노무직에까지 계속 파견을 허용하는 것은 시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는 법에 의한 보호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한 노조활동 보장, 사용업체 노사협의회에의 파견근로자 대표 참여 등 ‘집단적 자조’(collective self-aid)를 위한 방안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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