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살리기와 개혁입법을 병행 추진하겠다.”(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 “국민을 저버린 노무현 정권이 저지른 각종 잘못을 따지고 바로잡는 점검의 기회”(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 “개혁입법 과제를 힘차게 밀고 나가 진보정당으로서 확실한 색깔 찾기를 시도할 것”(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지난 1일부터 제17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의 각오처럼 각 당은 올 초 대통령 탄핵에서 본격화된 정치공방을 행정수도 이전, 과거사청산, 국가보안법 개폐,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처리 등의 정치적 이슈로 이어받아 본격화할 태세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정부 여당이 경제 살리기에 전념한다면 협조하겠지만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 강행시도 등 정략에 매달린다면 강력 투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정기국회가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터’로 변질될 우려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개혁과제 입법과 함께 무엇보다 민생경제 안정일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내놓은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서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6.7%나 올랐다. 지난 2001년 6월 이후 최대상승폭이다. 이에 정부여당은 감세, 특소세 폐지 등을 뼈대로 한 긴급 경기부양책을 들고 나왔지만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엄청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정작 내수부진의 이유인 ‘실질임금 저하, 고용불안으로 따른 생활기반 붕괴와 소비위축’ 문제에 대한 근원적 처방은 없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내수진작을 위해서는 고용의 질부터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굵직한 ‘정치’ 이슈들 속에 노동시장 이중화 구조를 타파하고 저임금, 고용불안 등을 해소할 목적의 비정규 보호입법안에 대해서는 간간히 언론에 보도될 뿐 큰 쟁점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기간제 노동자의 최대 고용기간을 4년으로 하고 이 기간을 초과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열린우리당 검토의견이 비정규직 보호의 해법인양 거론되기도 한다.

이는 이 문제를 전면에 내건 민주노동당의 의석이 299석 가운데 10석에 불과해 독자적 입법이 사실상 어려운 조건인데다 보수 여야의 정쟁의 도구가 되는 각종 ‘의제’들 가운데 ‘긴급한 의제’로 부각시키지 못하는 현실에도 그 원인이 있다.

민주노동당은 민생과제, 개혁과제 실현을 위해 시민사회운동 진영과의 공조는 물론 보수양당과의 공조도 추진할 방침이다. 과거사 청산과 언론개혁은 열린우리당과, 카드특감과 예결위상임위화는 한나라당과 공조하기로 이미 약속했다고 한다. 이들과의 공조를 통한 개혁의제 추진과 함께 민주노동당만이 실현해 낼 수 있는 개혁의제, 즉 비정규직의 채용제한과 차별해소, 이를 통한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위해 노동계 등과의 면밀한 공조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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