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는 참 중요한 시설이 많다. 대한민국 헌법기관인 국회의사당이 있고 3대 방송사도 이곳에 모두 모여 있다. 그 뿐 아니라 각종 금융·증권기관들도 여의도 한복판에 밀집해 있다. 그래서 여의도는 국회의원이나 연예인이나 증권사의 고액연봉 애널리스트들을 쉽사리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 여의도에도 국회, 방송사, 증권사들의 건물을 청소하는 미화원 노동자들이 있고 이 건물에 원활한 전기를 공급하고 냉·난방을 공급하기 위해 지하 관제실에서 땀을 흘리고 있을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주요 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여의도에서 하루 종일 그 건물들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땀을 흘려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벌어진 한 편의 스펙터클한 드라마가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건물에서 냉·난방, 전기, 전력, 수도, 가스 공급 유지 등 건물관리 업무를 하던 노동자들이 12일 파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파업 하루만인 13일 이례적으로 원청회사인 굿모닝신한증권이 교섭을 요청해 왔다. 증권사에서는 “노조 요청을 들어 줄 것이니 냉동기 가동을 재개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노조는 냉동기를 돌렸다. 그러나 대표자들이 교섭을 하고 있던 그 순간 경찰들은 파업 장소에 있던 조합원 19명 전원을 연행했고 그 중 2명은 구속됐다.

노조가 “합법파업을 했는데 왜 구속하냐”고 따졌다. 경찰은 ‘불법점거 및 폭력 등’의 혐의라고 했다. 노조는 “우리가 일하는 사업장에서 하는 파업인데 불법점거가 왠말이냐”고 반박했지만 경찰은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지 2시간 만에 굿모닝신한증권이 용역회사와 계약을 해지 했다”며 “당신들은 굿모닝신한증권과는 무관한 제3자”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교섭을 요청하면서 뒤로는 경찰에 고발하고 용역계약을 해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거대 증권사가 작은 용역업체 노조에게 말이다.

10여년 이상을 마치 건물의 일부인 듯 보이지 않게 일하면서도 해마다 반복되는 용역계약 때문에 고용불안에 시달렸던 사람들이다. 임금까지 매년 삭감돼 겨우 한 달 120만원 남짓에 불과한데 그것마저 깎겠다고 나선 것에 노동자들은 반발했다.

힘없는 용역 노동자들을 대하는 거대 증권사의 치밀한 대응이 “가진 사람이 더 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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