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전문직 및 연봉 10만달러 이상 화이트칼라, 연장근로수당 못 받게 돼

미국 부시 행정부가 약 600만명에 이르는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연장근로수당 백지화 조치를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가 이에 강력 반발하면서 이 문제가 향후 대선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연방 노동기준법(NLRA)의 새 규정이 발효된 가운데 이날 데이톤과 클리블랜드, 오하리오, 세인트루이스, 올랜도 그리고 헐리우드 등 미국 각지에서 부시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으며, 워싱턴DC의 미국 노동부 청사 앞에서는 존 스위니 미국노총(AFL-CIO) 위원장과 이 법안에 반대해 온 민주당의 톰 하킨 상원의원이 참가한 가운데 수만명의 노동자들이 부시 행정부를 성토했다.

부시 행정부가 발의해서 통과시킨 노동법의 새 규정은 지난 50년 이상 지속돼 온 연장근로수당 관련 법률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동안 미국의 노동법은 급여수준과 급여형태, 그리고 직무의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노동자의 범위를 규정해왔다. 즉 사용자가 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를 면제받기 위해서는 해당 노동자가 일정 금액 이상의 연봉을 받아야 하고, 반드시 월급제 형태로 임금이 지불돼야 하며, 관리직이나 전문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라야 한다.

그러나 새 규정은 무조건 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연봉상한을 현행 기준 8,060 달러에서 2만3,660 달러로 인상하는 대신, 지휘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관리직과 지적 노동에 종사하는 전문직, 그리고 연봉 10만 달러 이상의 화이트칼라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 지급 의무를 전면 면제하도록 했다.

친노동계로 분류되는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새 법률이 시행될 경우 약 600만명의 노동자들이 연장근로수당을 박탈당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임금에 종사하는 감독직이나 관리직의 경우 적용대상에서 자동 배제됨으로써 가장 큰 불이익을 받게 될 것으로 봤다. 이와 함께 사용자들이 법 적용이 배제되는 노동자들에게 연장근로를 집중시키면서 다른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조절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소는 또한 부시 정부가 이 법을 통해 연간 2만2천달러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자동적으로 연장근로수당의 수급자격을 부여함으로써 더 많은 노동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들은 대부분 이미 연장근로수당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추가 수혜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미국 노동계는 지난해 3월 부시 행정부의 법개정 계획 발표 이후 1년 반 이상 전국적인 항의투쟁을 벌여왔으며 약 160만명 이상이 항의편지와 전자우편 등을 백악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상원의원들 역시 이를 철회하기 위한 표결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백악관의 압박과 공화당 의원들의 위력에 법개정이 관철됐다.

이에 따라 미국 노동계는 새 법률의 시행을 철회할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을 다가오는 미국 대선에 걸고 있다. 이번 사건을 부시 행정부의 대표적인 실책으로 규정하면서 부시를 낙선시킬 수 있는 좋은 소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이 법률의 도입에 반대해서 싸웠던 점을 대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