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이면 지구촌 스포츠 축제 제28회 올림픽이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선수들은 ‘더 빨리 달리고, 더 높이 뛰고, 더 멀리 던지기’ 위해 자신들의 혼신을 다할 것이다.

동시에 세계적인 아식스, 폴로 등 스포츠웨어 기업들은 이 선수들에게 자신들 상품 회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게 하는 등 올림픽 광고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다. 중계방송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기업 상표가 대회기간 내내 노출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홍보효과이기 때문이다.




올림픽헌장에는 “올림픽의 목표는 어디에서든 스포츠가 인간의 존엄성 보전을 추구하는 평화로운 사회의 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인간의 조화로운 발전에 복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어느 새 올림픽은 이미 상업화의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스포츠웨어 기업들은 상품 협찬을 위해서는 막대한 돈을 아낌없이 쓰고 있지만 중국, 인도네시아, 불가리아 등 그 회사 제품을 만드는 제3세계 하청노동자들은 장시간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노동3권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웨어 기업들이 올림픽 기간동안 이윤창출과 이미지 제고를 꾀하는 이면에는 극심한 노동착취가 가려져 있는 것이다.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12일, 새사회연대(대표 이창수)는 이처럼 거대 스포츠웨어 시장의 이윤창출 구조와 제3세계 노동자에 대한 노동착취 실태를 담은 ‘올림픽 페어플레이’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옥스팜(Oxfam), 깨끗한옷입기캠페인(CCC, Clean Clothes Campaign), 글로벌유니언즈(Globla Unions)가 올해 발간한 것을 우리 말로 번역한 것이다.

스포츠웨어 업계, ‘노동착취’ 금메달

스포츠웨어 기업 가운데 올림픽 공식후원 업체로는 일본의 아식스·미즈노, 미국의 필라, 이탈리아의 카파·로또, 독일의 푸마, 영국의 옴브로 등이 있다.

이 보고서는 ‘인간존엄’의 올림픽 정신과 헌장에 모두 위배되는 주요 스포츠웨어 기업들의 사업관행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이 철저히 침묵을 지키고 있음을 폭로하고 있다. 불가리아, 캄보디아, 중국, 인도네시아, 터키 6개국 노동자 186명을 인터뷰해서 수집한 증거들은 저임금, 과동한 장시간노동, 협박과 성희롱, 폭력 등을 드러내고 있다.

노조 활동은 사실상 금지돼 있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했다가 심하게 폭행당했다. 불가리아 노동자들은 초과근무를 거부했다가 벌금을 물거나 해고당했다. 6개국 노동자들 모두 하루 16시간, 주6일을 봉제업무를 한다. 성수기는 더 심하다. 중국노동자들은 월 12달러의 저임금을 받는다.

보고서는 이 같은 노동자들의 권리침해가 스포츠웨어 업계의 무자비한 가격경쟁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하고 있다. 생산비용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경쟁에 이기기 위해 “공급사슬의 맨 끝에 있는 노동자들을 더 혹독하게 부림으로써 가격을 쥐어짜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또 올림픽운동이 스포츠웨어 업계가 수백만 노동자들의 고용조건과 기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주장한다. 올림픽위원회는 도덕적인 책임을 주장하는 것과는 별개로, 올림픽 브랜드의 보호자로서 라이센스 후원계약 약정서에 노동기준 준수를 삽입함으로써 노동권 침해 상황을 시정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옥스팜 등은 이 보고서의 발간과 함께 ‘올림픽 페어플레이 캠페인’을 시작, 아테네 올림픽에 앞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들에게 양질의 정당하고 품위 있는 노동조건을 보장할 수 있는 정정당당한 거래를 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기업의 약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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