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명 노동자 2012년까지 고용보장…경영진 연봉 10% 삭감키로

독일 금속노조가 35시간 노동제를 유지하는 투쟁에서 다시금 패배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23일 다임러크라이슬러와 금속노조(IG Metall)은 추가적인 임금인상 없이 규정 노동시간을 주40시간으로 연장하는 대신, 경영진의 연봉을 10% 삭감하는 안에 합의했다고 영국에서 발행되는 가디언(Guardian)이 2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경영진은 벤츠의 신규 C-클래스 생산라인을 슈튜트가르트 근처에 있는 기존의 진델핑겐 공장에서 브레멘이나 남아공의 더 값싼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6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전국적인 항위시위를 벌였으며, 금속노조는 이를 ‘공갈협박’으로 규정하고 “이것은 전쟁이다(It's war!)”라고 쓴 피켓을 앞세우기도 했다.

노조는 그러나 경영진의 요구에 결국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6천명의 노동자들이 노동시간을 늘려 주당 40시간을 추가 임금인상 없이 일하는데 동의해야 했다. 이번 합의로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연간 5억마르크(3억3천만유로)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메르세데스의 유르겐 후베르트 공장장은 “이번 합의로 생산성과 효율성이 증가하게 됐고 메르세데스 그룹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고 경영진은 노동자들이 항의파업에 돌입한 뒤 자신들의 연봉을 10% 삭감하겠다는 제안과 함께 진델핑겐 공장 노동자의 고용을 2012년까지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3천명의 중간관리자들도 임금삭감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독일의 자동차업체들은 슬로바키아와 같은 저임금 업체와 경쟁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해왔으며 국내 생산을 유지할 경우 엄격한 노동법과 강력한 노조로 인해 노동시간 연장이 힘들다고 불평해왔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회장인 유르겐 슈렘프는 “우리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독일을 위해 모두 이익이 되는 좋은 해법을 갖고 있으며 그것은 바로 노동시간
연장”이라고 말했다.

슈뢰더 독일 수상도 이번 합의를 “상식의 승리”라고 추겨 세우면서 노동시간 연장 합의가 독일 경제의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달에도 지멘스(Siemens)가 독일 공장을 헝가리로 옮기겠다고 위협하면서 노조로 하여금 주35시간제를 포기하도록 한 바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제 다음 차례는 폭스바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23일 폭스바겐의 경영진은 “시장상황이 나빠 올해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며 이윤하락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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