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금속에 이어 금융노사도 산별교섭에 합의해 전국 차원의 산별노조들이 올 임단협을 마무리했고 서울지하철과 서울도시철도가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노조가 업무에 복귀하긴 했지만 5개 지하철노조의 파업도 대구지하철을 제외하고는 마무리됐다.

LG칼덱스정유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재정안 통보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고, 조선업종 노조들 역시 ‘주5일제’ 등을 쟁점으로 파업을 벌이고 있으며 뒤이어 항공연대와 철도노조 등의 쟁의행위가 예정돼 있지만 올 노사관계의 큰 고비는 넘긴 셈이다.

상반기 노사관계에서 예년과 다른 특징은 정부가 지난해 철도노조와 화물연대 파업 때 공권력 투입 등으로 강경대응을 했던 것과 달리 필수공익사업인 병원과 지하철에 대해 ‘조건’을 달아 직권중재 회부를 유보하기도 하는 등 다소 유연한 태도를 취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도 참여하는 노사정 대표자회의 등 최근 들어 형성되기 시작한 노사정 대화분위기를 흠집낼 만한 일은 하지 않겠다는 정부 의지의 반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8월말까지로 마련하기로 한 ‘노사정위 개편방안’이 계획된 일정에 맞춰 도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20일 LG정유와 지하철에 대한 직권중재 회부가 결정되고 경찰력 투입가능성까지 검토되고 있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며 며칠 더 지켜본 뒤 노사정 대표자회의 참여여부 등을 판단하겠다고 밝히고 다음날 곧바로 삭발·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공권력 투입 등의 ‘악수’는 없었고 직권중재 회부 역시 각 지하철별 특성을 감안, 선별적으로 결정되는 등 정부 차원의 ‘강경 대응’으로 읽힐 만할 정도는 아니어서 이 위원장의 삭발·단식농성 이유는 ‘파병철회’쪽으로 옮겨가는 듯하다.

정부 한 관계자는 “모처럼 (대화의) 수순을 밟아가는 데 노동계를 자극할 만한 정부 대응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직권중재 회부 필요성이 있는데 그것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라며 “불가피한 직권중재 회부를 놓고 정부가 강경기조로 돌아섰다고 판단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노사관계가 노사정 대표자회의 논의에 ‘변수’로 작용할 만큼 이상징후는 없는 것으로 보이며, 관심은 오히려 민주노총 내부 논의에 맞춰진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일부 노사정 대화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쪽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노사정이 모여 논의를 하자는 데는 대체적으로 의견이 모아진다”며 “하지만 직권중재에 회부되긴 했지만 지하철의 업무복귀 결정에 노조 내부 문제도 큰 작용을 한 데서 보듯이 문제는 민주노총 내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기구에 대한 민주노총 내 다양한 논의를 충분히 모아낸 뒤 방침을 정하기 위해서 8월말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지 말고 내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정하자는 얘기도 나온다”며 “정부와 8월말까지 개편방안을 마련키로 약속한 지도부가 어떤 정치적 판단을 내릴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로 이 위원장의 단식이 6일째를 맞는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맺어야 하는 법. 단식이 이번 주를 넘겨 계속될 지, 마무리할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