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 사기업에 가상 구직자 서류접수…흑인·이슬람식 이름 ‘홀대’


비슷한 수준의 능력과 경험, 토플점수, 자격증이 있더라도 남성이냐 여성이냐에 따라, 대학서열에 따라 취업에서 차별대우를 받는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영국의 경우 ‘인종’이 암묵적인 차별의 주된 뿌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BBC에 따르면 최근 자사의 라디오 프로그램인 에서 신문과 인터넷을 통한 구인광고를 낸 50개 민간기업에 6명의 가상 구직자 이력서를 접수시킨 결과, 취업시장에서 ‘충격적인’ 인종차별주의('Shocking' racism in jobs market)가 확인됐다고 고발했다. 즉, 전통적인 백인 이름을 가진 구직자가 동일한 요건과 경력을 갖춘 흑인이나 이슬람계 이름을 가진 구직자들에 비해 면접기회를 가질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19일자 인터넷판 BBC 보도에 따르면, 전통적인 백인 이름인 제니 휴스(Jenny Hughes), 존 앤드류스(John Andrews) 같은 이름을 가진 가상의 구직자들은 이력서를 접수한 회사의 25%로부터 면접기회를 통보받았으나, 파티마 칸(Fatima Kahn), 나세르 하니프(Nasser Hanif) 같이 이슬람계 이름의 구직자들은 9%만이 면접기회를 얻었다.

아부 올라세미(Abu Olasemi)와 인카 올라툰드(Yinka Olatunde) 같은 흑인이름의 경우는 13%의 회사에서만 면접기회를 얻었다.

영국 노총(TUC)의 브렌든 바버 사무총장은 “충격적인 조사결과는 소수인종들이 여전히 노동시장에서 근본적인 차별을 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민간부문에서도 공공부문과 마찬가지로 차별금지 지침을 따르도록 하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워릭대학 인종문제연구소의 무하마드 안와(Muhammad Anwar) 교수는 “이 조사결과는 최근 들어 반이슬람 정서가 확산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며 “인종관계(수정)법(Race Relations Amendment Act)이 민간부분까지 확대되지 않으면 흑인과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이 계속될 것이고, 일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와 교수는 “9·11 테러 이후 인종차별이 점점 더 종교 또는 문화에 대한 차별로 옮아가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영국 고용부(DTI) 대변인은 “정부도 일부 소수 인종에 대한 고용차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수인종고용점담반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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