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회장 : "우리는 국제 원유가격 때문에 난리지만 일본은 끄덕 없더라.
유류를 비축하기 위해 선박을 띄워 저장하고 그것도 모자라 바다 속에 배를 가라앉히는 방법까지 쓴다. 우리는 그 많은 석유사업기금(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을 고유가 완충자금으로 우선 쓰지 않고 석탄산업 지원에 집중해 쏟아 부었으니…. "

B회장 : "산업정책에 장기 비전이 없다. 구호는 있지만 전략이 없다.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차량 10부제 운행 등 단기 대책보다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위기 탈출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게 옳은 방향이다."

A회장 : "국회가 정치 문제로 싸운다면, 정치와 분리해 현재 계류 중인 금융지주회사법 등 32개나 되는 경제관련 핵심 법안을 빨리 심의해서 통과시킬 수 있을텐데 왜 안하나."

C회장 : "정부가 자꾸 구조조정이나 계열분리 등을 거론하는데 정부 개입 없이도 당사자(해당 기업)가 만나 머리를 맞대고 얼마든지 자율 조정할 수 있다."

손길승 SK 회장 등 주요 그룹 회장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회관에서 비공개로 긴급 모임을 열고 최근 경제상황과 관련해 이같은 의견을 나눴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각중 전경련 회장은 이날 "경제가 위기라며 어렵다고들 해서 진짜 실상은 어떤지 재계의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자리" 라며 외부의 요청에 따른 모임이 아님을 내비쳤다.

이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현재 상황을 비교 분석한 석장짜리 요약 자료를 펴놓고 대화를 시작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참석한 회장들은 이 경제상황이 지표상으로 97년보다 나쁘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호들갑을 떨며 위기로 몰면 진짜 위기가 될 수 있어 이를 경계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최근 경제상황이 '경제위기론'으로 지나치게 증폭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하고, 대신 '경제불안'으로 규정해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회장단은 발표문에서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을 적극적인 지원과 제도 보완을 통해 올해 말까지 마무리해달라"며 "이 과정에서 공적자금이 더 필요하면 적기에 조성하되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장단은 또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에 유감을 표시하고 시장원리에 충실하고 투명. 신속하게 처리할 것과 ▶대승적 차원에서 조속한 국회의 기능 회복 ▶금융기관의 자금 공급자로서의 역할 충실 ▶에너지 절감과 자구 노력으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 등을 건의했다.

이날 모임에 현대그룹은 참석하지 않았고, 삼성과 LG는 각각 구조조정본부장이 대신 참석했으나 오너가 아니라는 이유로 말을 아꼈다.

김각중. 손길승 회장을 비롯해 이준용 대림 회장.김석준 쌍용 회장.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강유식 LG 구조조정본부장. 추지석 효성 부회장.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김입삼 전경련 고문 등 11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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