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단병호, 심상정, 배일도, 최순영… 노동운동 ‘역전의 용사’들이 국회 안에서 노동모임을 만들었다. 국회 역사상 의원들이 노동관련 연구모임을 만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19명의 여야 의원들은 전·현직 양대노총 위원장, 김원기 국회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기본권 국회의원 연구모임을 결성했다.

모임에는 정회원으로 권영길, 노회찬, 단병호, 심상정, 이영순, 조승수, 천영세, 최순영(민주노동당), 유기홍(열린우리당), 박계동, 배일도, 이재오(한나라당) 의원 등 12명이, 준회원으로는 김영주, 박홍수, 안영근, 임종석, 제종길(열린우리당), 김문수, 엄호성(한나라당) 의원 등 7명이 참여했다.

ⓒ 매일노동뉴스 조상기 기자


이날 모임에서 의원들은 대표와 연구책임 의원으로 민주노동당 단병호, 심상정 의원을 각각 선출하고 회칙과 연구계획서를 확정했다. 모임은 앞으로 1년 동안 △비정규노동자의 일할 권리에 대한 문제 △비정규노동자의 노동3권에 대한 문제 △노동기본권의 국제적 실현기준에 대한 문제들을 두고 정기세미나와 현장조사와 간담회, 자료집 발간과 토론회·공청회, 외국 노동기본권 보장 실태 시찰 등의 활동을 펼친다. 이를 위해 모임은 국회에 1,580만원의 연구활동비 책정을 요구했다.

의원들은 또 김선수 변호사, 권영국 민주노총 법률원장, 조진원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조돈문 카톨릭대 교수, 허영구 농촌경제연구원 박사, 박두용 한성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대표,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박수근 한양대 교수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행사에는 김원기 국회의장,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경재 국회 환노위 위원장 등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대표로 선출된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단병호 의원과 김원기 국회의장의 인연이 화제가 됐다. 김 의장이 2기 노사정위원장을 맡고 있던 98년 단 의원은 금속연맹 위원장이었는데, 이제 국회의장과 초선의원 관계로 재회했다. 그래서인지 김 의장은 행사장에서 단 의원을 줄곧 ‘단 위원장’으로 부르며 “단 위원장과는 개고기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얘기를 나누던 사이”라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김 의장은 축사에서 “과거 국회는 보수날개로 날았으나, 이제는 민주노동당의 입성으로 보수와 진보 양날개로 날게 돼서 참 잘됐다”며 “노동자, 농민을 적극 대변하는 정당의 원내진입은 그 자체로 정치발전”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동갑인 전태일 열사가 대학생 친구가 있었으면 했는데 이제 국회의원 친구들을 여럿 갖게 됐다”며 “그간 국회를 볼 때마다 찜찜하고 혼란스러웠지만 이 모임을 계기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도 “노동운동을 했다고 구속될 정도로 노동기본권이 열악하다”며 “연구모임이 노동기본권을 신장시켜 달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단 의원은 이 자리에서 “노동기본권의 올바른 실현과 노동자의 권리보호, 제도와 관행을 바꿔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