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정의되고 있다.

고대(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인간과 신을 연결해 주는 행위이자 절대적 끈이었지만 중세 때는 인간을 계도하기 위한 도구로 인식됐고 지금은 여가를 즐기거나 아니면 지나친 숭고함만을 강조하는 양극적인 개념으로써의 예술의 한 분야로 존재하고 있다.

20세기의 위대한 연출가 피터 브룩(Peter Brook)은 그의 저서 '빈 공간'에서 연극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지나가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바라본다면 그것으로 연극이 시작되기에 충분하다.”

연극의 중심은 ‘인간’

연극의 시작은 행동하고 바라보는 것이며 그 주체와 대상은 인간이다. 연극은 인간이 만드는 인간적인 예술이다. 또한 인간에 의해 완성되는 공연예술인 것이다. 그렇기에 연극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다.

그럼 연극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구성되어 있는 것일까? 한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연극의 3요소인 배우, 희곡, 관객이 필수적이고 연출과 기획, 무대, 조명, 음향, 분장, 의상 등이 필요하다.
연극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자. 우선 '연극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적절한 희곡을 선택하고 연습에 들어간다.

연습의 양은 통계학적으로 보통, 작품 길이의 150배 정도를 한다. 예를 들면 작품의 길이가 2시간 30분 정도인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공연한다고 하면 하루 5시간 연습을 해서 75일 동안 연습을 하는 것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 작품만 연습하다 보면 때로는 힘들고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지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홉은 “연극은 인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인들이 연극에서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그 많은 대사를 어떻게 외울까”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연극을 하면서 가장 쉬운 것 중 하나가 대사를 외우는 것이다.

이건 연극인들이 머리가 좋거나 암기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같은 것을 매일 반복하며 연습을 하기 때문에 저절로 얻게 되는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이다. 공연이 임박해지면 여러 분야의 스텝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극장으로 모인다.

관객은 연극의 마침표를 찍는다

분장과 의상, 소품 등의 스텝들은 자신의 임무를 무대에 결합시킨다. 이 때 연출은 여러 분야를 통합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연출을 ‘교통경찰’ 혹은 ‘선장(船將)’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공연은 막을 올리게 된다.

그렇다면 관객은? 그들은 연극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연극은 관객을 만나야 비로소 완성되는 공연예술이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관객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연극이 관객의 취향에 지나치게 편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흥미 위주의 작품선정은 물론 작품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선정적인 장면을 삽입하는 공연이 늘고 있다. 이것은 분명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연극도 생존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 시대 연극의 비극적 운명인 것이다.

작품성 있고 도덕적 내용만을 강조하다 보면 아무래도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가 어렵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너무도 쉽게 예술은 ‘정직하고 도덕적’이기를 바란다. 이제는 현실과 타협하고 있는 연극을 무작정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 변질되는 것인하 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싶다면 아름다운 예술이 존재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줘야 한다. 연극의 퇴행을 막기 위해서는 마침표를 찍는 관객들 역시 자신들의 취향과 수준을 검토해 봐야 한다. 그냥 놔두면 거대 자본과의 힘 앞에 쉽게 그 순수성이 무너지고 마는, 21세기는 그런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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