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현 상황을 난국이라고 규정하면서 금융 등 4대 부문 개혁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정부의 현 상황 인식과 대처가 비현실적이며 안이하다고 지적했던 우리는 늦었지만 올바른 인식 전환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정부 고위관료의 상황 인식은 여전히 나이브 한 것 같아 걱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진념 재경부장관은 위기상황을 고유가 등 외부 요인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외부 요인보다 내부 요인이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 거시지표는 괜찮았지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는 진작부터 오작동하고 있었다.

자금경색, 증시침체, 단기외채 증가, 물가불안, 성장률 둔화, 경기 양극화, 교역조건 악화 등은 외부 요인 이전의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의 인식과 대처가 보다 비상해져야 한다고 보며 이런 점에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정부는 현 상황을 경제난국만이 아닌, '총체적 난국'으로 인식해야 한다. 은행지주회사나 공적자금 추가 조성 등이 국회 공전으로 처리가 안되는 때문도 있지만 이 보다는 오히려 '한빛은행 사건' 등 각종 정치적 현안과 의약분업 사태 등의 사회적 현안들이 더욱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위험 회피 본능이 있는 경제인들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문제 인식과 해결방안 제시를 총체적으로 해야 한다.

더불어 작은 문제라도 확실히 매듭짓고 나가야 한다. 경제문제만 해도은행과 기업구조조정 어느 하나 매듭짓고 넘어간 예가 거의 없다.

현대그룹 문제도 잠복 중이며 종금사 처리를 비롯한 금융구조조정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차근차근 매듭짓고 가면 국민의 불안감은 한결 가시게 돼있다.

다음,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기본적으로 최고경영자 등의 임면이 정치적인 데서 비롯됐으며, 대우차 문제에 대해 "현대는 절대 안된다" 는 집권당측 발언은 채권단의 입지를 크게 좁혔다.

대우차 문제도 근원적으로는 '빅딜'이라는 비시장주의적 논리에서 비롯됐으며 '한달 내 대우차 매각' 이나 '내년 2월까지 4대 개혁 완료'라는 기한성 발언도 비시장적이다. 경제는 흘러가는 물과 같기 때문에 시한을 정하면 왜곡되거나 불신만 조장된다.

끝으로 가장 시급한 것은 국민의 불안감 해소다. 현재 정부는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며 나라를 끌고 가기는커녕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현안을 '설거지' 하느라 정신을 못차리는 형국이다.

그럴수록 국민의 불신과 불안은 더욱 가중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중심을 잡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경쟁력 강화, 지식경제로의 전환 등 전략과 전술을 생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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