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은 안티조선운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민주노동당 노회찬 당선자의 조선일보노조 강연을 둘러싸고 첨예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주최한 ‘안티조선과 진보진영’ 긴급토론회에서 던져진 화두다.

이날 긴급토론회는 이번 노 당선자 강연으로 인한 논란을 정리하고 안티조선운동에 대한 범개혁진보진영의 연대를 강화시키자는 취지에서 진행된 것이었으나, 토론자들의 날선 논쟁은 이날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면서도 진보진영과 안티조선운동은 더 이상 대립의 관계가 아닌 보완의 관계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성과도 거뒀다는 평이다.




“조선일보는 수구이데올로기 생산집단”

이날 발제자로 나선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조선일보를 “수구세력과 자신의 이해를 일치시키며 기득권을 지켜온 ‘정치집단’이자, 수구담론의 공급과 유통을 지면을 통해 담보하며 이념논쟁이 벌어질 때 수구담론을 재생산해 기득권 세력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이데올로기 생산집단’”이라고 규정, “조선일보 반대운동은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수구담론을 무력화시키는 두가지 전선을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사무총장은 범개혁진보진영에게 △조선일보 문제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가 △범개혁진보진영은 조선일보로부터 자유로운가 △조선일보 활용론은 유효한가 △조선일보노조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조선일보 취재, 기고, 인터뷰 거부전술 유효한가 △왜 유독 조선일보인가 등의 문제제기를 하면서 “조선일보 문제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사무총장은 특히 “범개혁진보진영이 조선일보 지면이 자신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한두 편의 글을 씀으로써 얻는 이득과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축소시켜서 얻는 이득 중 어느 것이 더 유효하냐는 것은 쓸데없는 논란만 낳는다”며 “절대 유효하지 않으며 조선일보 취재 거부전선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조선일보 활용론의 위험성을 제기했다.

이는 이번 노 당선자 강연 논란을 계기로 범개혁진보진영이 그동안 안티조선운동에 불철저했다고 보고, 더욱 분명한 ‘시각교정’과 범개혁진보진영의 ‘연대’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 발언과 안티조선’ 논쟁 뜨거워

이날 토론자들의 논쟁은 뜨거웠다. 노무현 지지자라고 밝힌 ‘국민의 힘’ 강정미 사무국장은 “우리를 진보진영으로 보긴 하는가”라며 “안티조선운동을 (우리가 참여했다고) ‘노빠운동’이라고 폄하하면서 진보진영 내에서 공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안티조선운동 참가단체 기준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이는 곧 언론개혁 공유세력이나 진보진영의 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는 것. 이어 강 사무국장은 “노 당선자 발언에서 특히 실망했던 것은 진보의 틀을 민주노동당과 다른 보수정당이라고 선을 긋는, 민주노동당과 지지세력으로 한정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50석 이하가 되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견인해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민주노동당도 망하는 길”이라고 노 당선자 발언과 민주노동당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반면 김종철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안티조선운동은 자본주의 시스템과 대립되는 구조 속에서 장기적으로 언론구조 개혁으로 가야 한다”며 “안티조선이 표방했던 문제의식은 자본과 개인으로부터 독립하고픈 공유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다른 시각을 보였다.

김 대변인은 “자본의 힘이 막강한 상태에서 조선일보가 무너진다고 해도 다른 자본의 영향력 하에 있는 언론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이라크 파병안을 통과시키고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면서도 법인세 2%를 깎겠다는 발상 등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은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며 “안티조선에 있다고 다 진보진영이냐”고 반박했다.

“안티조선과 진보진영 덧셈관계 돼야”

반면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은 안티조선운동을 둘러싸고 진보진영내 각이 선 대립을 경계했다.

그는 “안티조선을 하는 이유는 조선일보 보도태도로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라며 “왜 안티조선이냐고 시비걸기보다는 진보진영과 안티조선이 덧셈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노 총장 발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남다른 기대 때문”이라며 “언론개혁을 위해 열린우리당 의원만으로 어려우며 이를 견인하기 위해 민주노동당 역할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민주노동당과 안티조선이 대립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진보진영 내에서 심각하게 봐야 하며 언론기관이 아닌 범죄집단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조선일보 활용론에 대해 경계하면서 “진보진영은 독자와 국민이 실상을 그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조선일보에 반대하는) 진보진영의 담론과 홍보 등을 조직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이어 “노 당선자 발언으로 진보진영 내에서 더 이상 갈등이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면서도 “노 당선자 발언이 터져나왔을 때 노조는 치열한 내부논쟁 끝에 논평을 발표했으며, 이는 다시는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김정근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은 “조선일보는 수구냉전, 보수적 성격이 분명하다”며 “민주노총은 이를 막아내고 언론개혁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윤정 기자(yon@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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