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이영환/기자] 감사원이 지난 22일 국회에 보고한 KBS 특별감사 결과와 관련해 일부 보수논조의 신문들이 연일 지면을 빌어 비판의 수위를 높이자 공영방송사 노동조합들이 이를 반박하는 연대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감사원 결과, 악의적 확대재생산 말라”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김영삼 KBS본부 위원장, 최승호 MBC본부 위원장, 이상철 EBS지부 위원장, 김기석 방송위원회지부 위원장 등은 지난 24일 오후 각 언론사 미디어 담당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최근 KBS의 특별감사 뒤 보수신문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KBS 흠집내기’에 대해 경계의 눈길을 보냈다.

이들은 “감사원의 지적은 KBS 개혁을 전제로 한 충고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지만 공영방송의 위상 정립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며 “특히 보수신문은 이번 결과를 놓고 총선 때 벌어졌던 ‘공영방송 흔들기’를 또다시 시도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등이 17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언론개혁을 원내에서 쟁점화하려 하자 한나라당과 보수신문은 KBS 감사를 빌미로 공공연히 정쟁화를 부추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언론노조는 이러한 보수층의 움직임을 결연한 의지로 대응해 나갈 것이며, 특히 신문시장에서조차 스스로 법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조중동’은 KBS 내부개혁에 더이상 간여하지 말 것을 충고한다”고 밝혔다.

김영삼 KBS본부 위원장도 “이번 특별감사는 본질적으로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보수 정치권이 진보와 개혁 입장에 서 온 KBS를 길들이기 위해 도입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KBS는 이전에 감사원으로부터 이같은 지적을 받은 바 있고, 또 그에 따라 내부 개혁을 실시해 오고 있는 입장에서 일부 수구언론의 최근 보도태도는 악의적인 확대 재생산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감사원 지적, 처방과 대책은 미흡하다”

김영삼 KBS본부 위원장은 감사원의 지적 사항 가운데 일부 내용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공박했다.

김 위원장은 “KBS의 경영투명성이 지금보다 훨씬 강화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경영투명성 제고는 정치적 독립과 함께 이루어져야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다시 말해 무조건 외부규제 강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공적규제’와 ‘정치적 독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감사원이 제시하고 있는 ‘경영위원회’의 설립만으로는 부족하며, 차제에 방송법을 개정해 경영위원회를 설립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감사위원회’를 따로 두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감사원의 법 적용 잣대 △자율적인 노사관계 △다른 공기업과의 형평성 등 감사결과가 가져다준 현실과의 괴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감사원은 이번에 KBS의 비효율 근거로 정부투자기관의 지침을 상회하는 복지수준을 이야기했으나 KBS는 이미 정부 제약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의 적용대상에서조차 제외돼 왔다”며 “결국 감사원의 요구가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KBS를 다시 관련법에 포함시키는 모순을 빚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또 “감사원의 지적사항은 결국 노동조건의 하향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이는 노사가 자율에 의해 체결한 단체협약을 명백히 무시하는 태도이자 정부 주요기관의 노동자,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같은 날 발표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관련 성명 내용이다.

감사원 특감결과에 대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입장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장장 126일간에 걸친 KBS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지난 21일 언론에 공개되었다. 감사원은 KBS가 시스템의 부재로 국민의 수신료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했다고 적시했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사회 및 감사의 권한강화’ ‘수신료 현실화’ ‘지역국 구조조정’ ‘각종 복지후생제도의 축소’를 처방으로 내놓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가 KBS의 전반적인 경영상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이자 KBS 개혁을 전제로 한 충고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 감사원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타당성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문제점은 적극 개선해 나갈 것이다. 국민의 소중한 수신료가 KBS 운영의 주요 재원이라는 점을 한시도 잊지 않고 진정한 국민의 방송, 참다운 공영방송을 확립에 나가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그러나 KBS 본부는 KBS가 많은 부분 개혁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하면서도 이번 특감 결과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분명히 하고자 한다. 또한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를 전후해, 일부 수구언론에서 악의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KBS 흠집내기’에 대해서는 그 진위를 철저히 가리고,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실 여부를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첫째, 이번 특감 결과는 처방과 대책에 있어서 KBS의 정치적 독립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KBS 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적규제’ 만큼이나 ‘정치적 독립’이 중요시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외부 규제에만 매달려 ‘정치적 독립’을 소홀히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즉 KBS에 대해 무조건적인 외부 규제 강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공적규제와 정치적 독립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감사원이 제시하고 있는 경영위원회의 설립 뿐 아니라 감사위원회를 따로 두어 시스템적인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둘째, KBS를 평가하는 감사원의 잣대에 적지 않은 무리가 있었다. 감사원은 KBS 비효율의 근거로 ‘정부투자기관’의 지침을 상회하는 복지수준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감사결과에 밝혔듯이 KBS는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서 이미 제외된 상태다. 정부로부터의 제약을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에서 제외한 것을 다시 그 법안에 묶어 두겠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감사원의 그러한 요구가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KBS를 다시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에 포함시키는 법률적 행위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격려금과 성과급이 사회적 통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지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KBS의 연간 임금총액은 경쟁 방송사 임금수준의 80~90% 수준에 불과하다. ‘동일업종 동일임금’의 일반원칙이 이번 감사에서는 고려되지 않았다.

셋째, 자율적인 노사관계의 기본원칙이 철저히 유린되었다. 노사관계는 노동법에 의해 노사 자율에 의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보장되어 있으나, 감사원 감사결과에는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가 실종되었다. 노사간의 합의로 만든 단체협약보다 정부지침이 우선한다는 논리로 이번 감사를 진행한 것이다. 노사간에 체결하고 있는 단체교섭은 제반 노동법보다 상위의 효력을 지닌다. 또한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한 법률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러한 법률적 취지와 노사관계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

넷째, ‘현장과 현실’이 빠져있다. 감사원이 KBS 전반을 감사하면서 감사의 무게를 타 공기업보다 상회하는 조건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KBS 내부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특수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KBS는 지난 97년 이후 여러 차례의 구조조정과 정원 감축 등으로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정규직 채용을 최소화함에 따라 많은 인력들이 비정규직으로 대체되었고 비정규직 인력의 증가는 KBS의 또 다른 내부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늘어난 방송시간을 감당하기 위해서 일선의 기자와 PD들은 노동법이 정한 초과노동시간을 상회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아직도 적지 않은 인원이 3조 2교대 또는 2조 맞교대를 시행하고 있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러한 ‘현장과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다.

감사원 결과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KBS본부는 마음을 열고, 논의 가능한 모든 내용을 검토할 것이다. 언론개혁이라는 절대명제를 쟁취하기 위해, 모든 국민들에게 사랑 받는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의 명예와 자부심을 지키고 만들어나가기 위해 KBS본부는 오늘도 자기혁신의 반성과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04. 5. 24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이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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