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번째 노동절에 바친다

오늘은 광장의 시간이다
우리는 언제나 길 위에 있으나
오늘은 길을 지우고
광장으로 가는 시간이다

그곳에는 다시 혼돈의 시간이 있다
버리고 돌아오는 초심의 시간이 있다
너의 것 내 것 다 놓아버리는 시간
너와 나를 버리는 시간이다
생존 경쟁은 때로는 우리를 오염시켰다
어둠과의 싸움도 때로는 우리를 더럽혔다
길은 그래서 한번씩 비워야 하는 것이다
오늘은 광장의 시간,
우리들 내부의 평등을 위한 투쟁의 축제다.

아, 우리가 끝내지 못한 이 고통은
우리가 아직도 가슴을 치고 울어야 하는 이 슬픔은
이제 더 이상 저 자본주의의 불평등 때문이라고 말하지 말자
우리들 내부의 불평등 때문이라고 말하라
우리는 보아왔다
타민족과 총부리를 겨누는 전쟁 와중에서도
노동자들은 국경을 넘는 단결이 있었다
일제의 지배 아래에서도 조선노동자와 일본노동자의 연대가 있었다

모든 노동자는 단결하라
       - 말하기 전에
              먼저 안으로 평등하라

모든 노동자여 단결하라
       -말하기 전에
              먼저 권력에의 추종과 집착을 놓아라

자신들 권력 아래 단결하라고 핏대 올리지 말라
모든 악의 근원은 소유에 있다
모든 분열의 근원은 권력의 사적 소유에 있다
오늘은 광장에 나서라
오늘은 내부의 평등을 위한 투쟁의 축제날이다
그리하여 모든 권력을 종속시키라
우리의 삶은 길 위에 있다
밖으로의 길은 멀고 멀다
안으로의 길은 깊고 깊다
그 안에 진실한 삶의 활력과
생명의 아름다운 비상을 꿈꾸어라!
       살아 있는 노동을 발화하라!
              생산하라!
                    그리고 축제를 요구하라!
세계의 노동자들이여
죽은 노동과 절망을 강요하는 자본에서 해방하라!
자본의 분배,
       욕망의 분배,
              소비의 분배로,
                     노동자의 영혼을 팔지 말라!
우리의 요구는 진실한 삶이며 아름다운 생명이며
고귀한 영혼이지 저들 욕망의 부스러기가 아니다
인간을 착취하는 자가 자연을 착취한다
우리는 저들 뭇 생명과도 평등을 원한다
모든 생명이 하나 되는 기쁨의 축제를 요구한다

오늘은 광장의 시간이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길 위에 있으나
       오늘은 광장으로 가서 길을 정화하라!
언제부터인가 해방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손에 쥔 얼마의 차별적 소유물이 달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삶의 질곡임을 직시하라
불신과 분열과 삶의 단절을 가져올 뿐이다
삶의 불신으로부터, 삶의 공포로부터, 고난과 절망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오직 노동해방뿐임을!
그것만이 오직 인간과 인간 사이 차별적 혐오를 타파하고
세계 평화의 싹을 틔울 것이며,
       우리 영혼을 들바람처럼 경쾌하게 하리라!

더 많이 꿈꾸어라!
       더 많이 몽상하라!
              아, 노동자들이여,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노동자는 노동자를 위해 싸우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구하는 전사가 아니었던가!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들 내부의 삶도 저들보다 우월하다는 걸 증명하라
그렇지 않으면 창검의 성을 부순다 하여도
승리하지 못하리라
스스로 미래가 되어라!
이것 또한 투쟁이다

더 많이 꿈꾸어라
우리의 삶은 길 위에 있다
밖의 길은 멀고 멀다
안의 길은 깊고 깊다
우리는 이 길 위에서 살고 꿈꾸고 죽으리라!
스스로 미래가 되라!
       미래의 인간이 되라 !
              권력에 추종하지 말고
                     모든 권력을 그대 발아래 종속시키라! 아,
가슴치며 울기를 두려워 말라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오직 스스로 단결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구하는 전사들이여!



백무산

시인. 1954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1974년 공고를 졸업. 73년부터 현대중공업, 현대중전기 등 대공장에서 조선·전기·금속노동자로 일했으나 1986년 작업장을 떠남. 83년부터 노동운동에 몸담으며 1984년 『민중시』 1집에 「지옥선」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 1988년 첫시집 『만국의 노동자여』 간행. 1989년 제1회 이산문학상 수상. 1990년 두번째 시집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1996년 세번째 시집 『인간의 시간』 간행함. 1997년 만해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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