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임진각에서 또 평양에서 남북의 노동자들은 제114주년 노동절을 맞은 지난 1일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이라크 파병 반대, 남북통일을 함께 외쳤다. 올 노동절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평양에서 남북노동자가 만났다는 점에서, 또한 이제 한 달 후면 여의도 국회 안에서 노동자, 농민의 이해를 대변할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당선자 10명이 함께 했다는 점에서 예년과는 다른 특별한 의미를 준다.

노동절 각국 표정을 담은 해외뉴스들에서는 베네주엘라 대통령이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 20% 임금인상을 천명했다거나 가나 집권여당이 노동자들의 노동과 희생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거나, 또 남아공 대통령이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메이데이 집회에 참석해 노동자들의 투쟁을 치하했다거나, 독일에서는 슈뢰더 정부의 잇따른 사회복지 축소와 실업률 증가 등에 대한 불만으로 올해 처음으로 수상이 노조 메이데이 행사에 초청받지 못했다거나 하는 소식들이 시선을 붙든다.

한국에서의 ‘노동절’이 단지 노동자들의, 그것도 조직된 노동자들만의 결의의 장에 그치지 않고 전체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정부나 의회에 의해 수렴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그들의 ‘약속’이 전해지는 ‘소통’의 날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윤곽만 드러냈던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4일 국무회의를 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규모, 처우개선 방안, 정규직과 비정규직 업무 구분 등을 논의, 확정할 예정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앞으로의 노동시장 정책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도 그 파급력이 상당한 만큼 그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권한대행 체제에서 경제부처들의 입김이 크게 반영된 내용으로 정부 대책이 크게 후퇴할 경우 문제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못되고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그런 가운데 금호타이어 노사가 불법파견 시정지시자 282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는 소식은 기업이 무분별한 비정규직 사용을 인정하고 비정규직들의 처우개선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사자인 금호타이어비정규직노조는 지난달 26~27일 이틀에 걸친 조합원 투표에서 77.8%(조합원 대비)의 찬성으로 잠정합의안을 가결시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통해 일궈낸 이번 합의는 비정규직 문제가 마치 정규직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악선동을 일삼아 온 재계와 정부, 일부 언론의 태도가 얼마나 편향적이었는지를 반증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오는 7일 민주노총 주최로 열리는 ‘한국의 노사관계 현황과 노동조합의 사회적 대화 전략’을 주제로 한 토론회도 주목된다. 산별교섭과 대정부 교섭, 사회적 교섭 등 각종 교섭틀과 과제들에 대해 논의해 온 민주노총은 이날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과 가능성, 전제 조건들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 조합원 대중 토론의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 토론회에서는 한국에서 사회적 대화가 가능한가, 가능하게 하기 위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가, 노-경총 임금합의ㆍ노사관계개혁위원회ㆍ노사정위원회 등 이제까지의 ‘사회적 대화’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가 등이 논의되면서 어떤 형태의 사회적 대화가 가능한 지, 거기에 대한 노조의 전략이 무엇인지 등이 검토된다. 민주노총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각 주장의 논거들과 장단점 등을 정리하여 산하 조직단위 토론에 붙인 뒤, 현재 노사정위원회로 대표되는 ‘사회적 대화’에 관한 민주노총의 입장을 정리해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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