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90년대 이후 정치권 감시자 역할
권력견제 기능 진보정당으로 쏠릴 것 … 사회적 의제 넓히는 연대 필요


4·15 총선을 통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는 점과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10석을 확보하며 원내 진출 첫 해에 제3당으로 입지를 넓혔다는 점이다. 이러한 총선 결과는 ‘노무현식 개혁’이 이제야 시작됨을 알리는 동시에 ‘실험대’에 오른 민주노동당의 활약과 함께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본격화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총선 그후, 정치지형과 각종 노동개혁 과제,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에는 어떤 변화가 초래될 것인가. <편집자주>

 

1. 총선 이후 정국 구도 변화
2. 노동개혁 과제, 어떻게 될 것인가
3. 민주노동당, 무엇을 준비하나
4. 당과 시민사회단체 관계는?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에 성공한 것은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의 지형만을 바꾸어 놓은 것이 아니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은 당시 한나라당으로부터 DJ정부의 ‘홍위병’이란 공격을 받기도 했고, 선거법 위반 시비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 적극성과 참신성으로 언론보도와 국민의 표심에 많은 영향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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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사안별로 ‘일시적 제휴’를 맺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단지 진보정당이라는 이유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나라가 노조조직률이 아주 높아서 민주노동당의 입지가 확고하다면 진보-보수의 구조로 선을 그을 필요도 있겠지만 이를 테면 호주제 폐지 문제에 있어서는 열린우리당도 민주-반민주의 구도에서는 민주에 속하는 것다. 그럴 때는 제휴가 가능하다. 진보냐 보수냐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각 사안별로 평가하는 것이 좋다. 지난 총선 때 참여연대 등이 각 당의 공약을 평가했더니 민주노동당이 가장 점수가 좋더라 하는 식의 결론을 내렸는데 이런 객관적 지표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안별 제휴냐 전략적 연대냐

시민사회운동이 특정 사안에 대해 공조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정당의 이념적 성격보다는 개별 사안에 대한 정책적 태도를 중요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민주노동당도 그러한 기준에 따라 적절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동안 민주노동당과의 공조를 긴밀히 해왔던 단체들도 당의 위상변화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단체와의 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민주노동당이 소속단체로 참여하고 있는 민중연대는 지난 총선에서 개인적으로 혹은 개별 지역조직이 민주노동당 지지선언을 하는 것은 허용했지만 민중연대 차원의 지지선언을 하지는 못했다. 일부 회원단체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민중연대 정용준 자주평화국장은 “민중연대는 노동자, 농민, 학생 등 대중조직들이 연합한 조직으로서 기존에 그랬듯이 서로 힘을 합쳐서 정치조직인 민주노동당이 대중의 요구를 원내에서 제대로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관계가 될 것”이라며 “분명 민주노동당의 입지는 많이 달라졌지만 민중연대 입장으로서는 민중연대의 연대세력이 원내로까지 확장된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산하단체로서 당과의 협력관계를 여전히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회적 연대로 정치적 정당성 강화

민주노동당의 10석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원내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국회 바깥의 지원군 역할도 필수적이다. 민주노총이라는 대표 조직이 있기는 하지만 계급·계층을 넘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의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와의 공조를 통한 사회적 여론 형성을 통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황이민 사무부총장은 “시민사회단체와는 단기적으로는 사안별로 협력하고 이후에는 중장기적으로 적극적 연대의 틀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시민사회단체들이 의제를 관철시키 위해 보수정당과도 관계를 맺어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민주노동당과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통해 ‘준 진보세력’을 형성할 것으로 본다. 당장의 파병문제만 하더라도 열린우리당은 한미공조를 위해 파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들은 당연히 반대 입장인 민주노동당과 같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최근 환경운동연합 최열 대표가 당과 공식 협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해온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국회의원 특권 폐지, 이라크 파병 철회, 비정규직 보호입법 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이뿐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국회의 보수적 관행을 깨고 정치권이 외면해온 의제에 대한 관심을 넓히기 위해서는 노동문제 이외에도 주택, 육아, 여성, 환경 등에 폭넓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17대 국회에서 의미 있는 소수로 활동하기 위해서도 외각 지원군 역할을 해줄 시민사회단체와 ‘악어와 악어새’ 이상의 적극적 공생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시민사회단체 또한 새롭게 재편된 정치구도 속에서 운동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강화함으로써 진보정당과의 공조와 독자적 위상 확보를 함께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란 기자(eggs95@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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