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LG백화점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 3톤 무게의 철제 비계가 무너져 3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는 대형사고가 났다. 이 사고는 19일 밤 10시 30분께 LG백화점 건물 바깥 쪽을 둘러싼 11층 높이의 철제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발생했으며 야간작업을 하던 용역업체 일용노동자 문아무개씨등 3명이 숨지는 등 2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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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들은 인근 순천향병원 등 5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이 중에는 머리를 크게 다치는 중상을 입은 노동자들이 많아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 사고 조사과정에서 시공업체가 영업시간 중에도 공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드러나 만일 낮 시간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백화점 쇼핑객들과 행인들까지 다치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수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1996년 부천 중동신도시에 개점한 LG백화점 중동점은 지난 3월17일부터 백화점 외벽 화강석 타일을 떼어내고 알루미늄 패널을 붙이는 리모델링 공사를 하던 중이었다. LG백화점 측은 “낮에는 영업을 하고 공사는 주로 밤 8시부터 새벽 3시 사이에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장 노동자들은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누어 하루 종일 계속 작업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시공업체인 LG건설, 비계설치 업체인 ㄷ사, 타일제거업체 ㅅ사 등 3개 업체 관계자 6명을 철야조사 한 경기도 부천중부경찰서에 따르면 백화점 외벽에서 떼어낸 화강암 타일을 곧바로 지상으로 내리지 않고 철제 비계에 쌓아놓는 바람에 하중을 이기지 못한 철골과 비계가 차례로 무너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관련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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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할 부천노동사무소도 이런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업체관계자들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천노동사무소 관계자는 “설치한 비계에 물건을 쌓아 놓아서는 안된다는 안전조치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비계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조립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설치됐는지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중부건설노조 김미정 사무국장은 “현장에서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며 노동부 근로감독관, 안전공단과 함께 사고 현장의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며 “공기단축을 위한 시공업체의 무리한 철야작업 때문에 대부분 용역업체 일용직 노동자들인 인부들만 죽어나갔다”고 비난했다.

김경란 기자(eggs95@labornews.co.kr)

무리한 영업 무리한 공사강행의 합작품
과당경쟁, 이윤추구 매몰돼 일용노동자 목숨 앗아가

19일 발생한 부천LG백화점 공사현장 붕괴 사고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사고시간이 밤 10시를 넘긴 한밤중이고 건물 외관을 리모델링하는 공사라 지난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처럼 죽거나 다치는 대형 인재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나마 천만 다행이다. 그러나 삼풍 사건 이후 9년이 지나도록 건설현장의 안전점검이 전혀 개선되지 않아 애꿎은 일용직 건설노동자들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번 사고는 건설회사의 무리한 공사 강행과 발주업체인 백화점의 맹목적 이윤추구에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리모델링 안전관리 허술 … 제도허점 드러나

LG건설 측은 비계설치 업체인 ㄷ사, 타일제거업체 ㅅ사에 하도급을 주었는데 이들 업체는 용역업체를 통해 일용노동자들을 공급받은 후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누어 철야공사까지 강행했다.

또한 LG백화점 측은 리모델링 공사라 해도 건물 외관의 무거운 화강암을 타일을 떼어내는 대형 공사를 하면서도 영업시간 중에도 공사를 중단 시키는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을 방치했다. 중부건설노조 김미정 사무국장은 “사고 직후 현장에 가보니 ‘리모델링 공사중에도 정상영업합니다’라는 대형 플랜카드가 버젓이 붙어 있는데 안전을 무시한 공기단축에만 시공사와 발주사가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형 건물 뿐 아니라 아파트 등에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리모델링 공사에 대해 안전관리가 허술한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건강연대 최은희 간사는 “고층 건물의 외관공사나 아파트 베란다 구조를 바꾸는 리모델링은 공사자체가 위험하고 건물구조에 변화를 주기 때문에 안전에 분명히 문제가 있는데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다”며 “영업을 하면서 공사를 강행해도 현행법상 규제할 수가 없는 등 제도적 허점이 현장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과당경쟁도 한 몫

또한 건설현장의 안전 문제 뿐 아니라 현재 유통업계에서 나타나는 과당경쟁이 이번 사고의 배경이라는 지적도 되고 있다. 민간서비스연맹 이상규 정책국장은 “경기불안과 내수침체로 유통업체들이 연중무휴로 운영하는가 하면 무리한 점포 출시를 강행하는 등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무리한 영업과 무리한 공사 모두가 사고 이면에 묻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안전건강에 관한 무관심을 깨뜨리고 규제법규를 강화함으로써 연장영업과 철야공사에 시달리고 있는 유통업체와 건설현장 노동자 모두를 재해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김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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