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로 대우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대단히 우려되는 일이다. 벌써 그 영향으로 주식시장은 폭락장세를 연출했고 금리와 환율은 요동치면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환란 이후 겨우겨우 쌓아 온 기업구조조정의 틀과 금융정상화의 밑그림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간 느낌이어서 여간 낙담스럽지 않다.

가뜩이나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경제기저 자체가 흔들리고 구조조정 지연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가운데 우리 경제는 이번 일로 또 어려운 국면을 맞았다. 8·7 개각으로 새 경제팀이 들어선 후 어느 것 하나 시원스럽게 해결된 현안없이 우리 국민은 자고 깨면 새롭게 등장하는 악재에 놀라면서 살아야 했다. 불행하게도 새 경제팀은 문 제발생전 선행적으로 원인을 제거하는 정책은 펴지 못한 채 어설픈 대증요법식 뒤처리에 급급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정치권의 책임도 적지 않다. 대우계열사 매각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다룰 국회가 열리질 않아 8월말로 예정됐던 계열사 분할매각이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일로 자금난이 극심한 대우차를 채권은행단이 어떻게 하루하루 유지할지, 또 그 여파로 금융기관이 부실해지면 자금시장은 어떤 악영향을 받을지 걱정된다. 특히 국가신용도가 영향을 받을 경우 외화차입이나 외자유치에 어떤 변화가 생기며 또 그것이 제2의 경제위기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지 국민은 불안할 뿐이다.

오늘날의 사태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었다 하더라도 채권단과 정부가 만일의 경우에 대한 조치를 취했었다면 똑같은 상황을 맞더라도 그 충격은 반감되고 해결방안을 찾기가 수월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포드가 제시했던 높은 금액에 흥분한 나머지 2단계 안전장치를 마련치 않았던 당국자들의 책임도 따져볼 일이다.

대우차를 포기한 포드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다. 최근 발생한 파이어스톤 타이어 리콜사건과 관련해 포드사가 인수여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지만 포드사는 위약책임 때문에 대우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채권은행단 그리고 소비자인 국민은 포드가 우리경제에 이처럼 큰 혼란을 준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 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은 대우차 문제를 포함해 현재의 경제난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다. 이번 일은 새 경제팀의 능력을 검증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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