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드자동차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 선언이 국제유가 급등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에 또 하나의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신속히 대우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하강조짐을 보이고 있는 국내경기가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미 지난해 대우 쇼크로 경영위기를 맞았던 은행권이 또 한번 큰 충격에 휩싸여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따르면 은행권과 비은행권이 대우차에 빌려준 총 대출금 잔액은 6월 말 현재 11조6000억원. 지난해 7월 이후 대우차에 새로 나간 금융권 신규지원 금액은 총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은행별 대출금 잔액을 보면 산업은행이 1조35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한빛은행 9076억원, 외환은행 4006억원, 조흥은행 3844억원, 서울은행 2635억원 등의 순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현재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들어가는 대우차 지원을 더 이상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매월 운영자금조로 1000여억원을 지원하고 있으나, 이를 되돌려 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빛은행 김종욱 상무는 “지금까지 대우차에 신규자금을 지원할 때마다 (아예 돈을 떼일 것을 각오하고) 50%씩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왔다”며 “워크아웃의 원칙을 훼손해가며 특별 케이스로 지원해왔지만 이제 아무런 보장없이 추가 지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대우차 인수 대타로 부상한 미국 GM의 경우 포드의 제시가격(70억달러, 한화 7조7000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50억달러(5조5000억원) 이하를 제시하고 있어 채권단은 2조원 이상의 추가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피데스투자자문 송상종 사장은 『누구에게 매각하든 대우차 처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나중에 은행들에 지원해야 할 공적자금이 대폭 늘어날 것이며, 이는 또 국민혈세 부담증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우차뿐만 아니라 ㈜대우, 대우중공업, 대우전자 등 다른 대우 계열사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도 대부분 지지부진하다는 데 있다. ㈜대우와 대우중공업은 당초 이달 초 3개사로 분할할 예정이었으나 여야정쟁으로 관련법안의 국회통과가 늦어지는 바람에 거의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고성수 박사는 “대우그룹 문제에 관한 한 구조조정과 손실분담의 원칙을 재검토해 합리적인 방안을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우 계열사에만 얽매이다 보면 건전하게 진행되는 다른 부실기업들의 구조조정까지 차질을 빚게 되고 이 경우 금융권에 대한 충격으로 이어져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많다.

한편 산업은행은 포드와 함께 대우차 매각 입찰에 참여했던 GM과 다임러·현대자동차 컨소시엄으로부터 수정제안을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채권단과 대우 구조조정협의회는 18일 대우차 처리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를 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우 구조조정협의회는 “18일 협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되기는 어렵다”며 “최종 결정은 정부가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해 대우차 처리방안은 19일 이후에나 확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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