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은 박정희가 만든 계획도시다. 호주의 캔버라를 모델로 공업지역과 상업지역, 주거지역이 엄격하게 분리된 자동차 생활을 중심에 둔 도시다. 그래서 유럽의 여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널찍한 도로와 공원이 잘 정비돼 있다. 그러나 계획도시 30년이 넘은 창원은 더 이상 계획도시가 아니다. 적정 인구 35만명으로 계획된 인구는 이미 45만명을 넘었다. 집값은 평당 1천만원을 훌쩍 넘어 인근 부산보다도 더 높다. 돈 많은 서울 투기꾼들의 극성이 한 몫을 했다. 마산으로 나가는 도로에서 트레일러 전복사고라도 나면 도시 전체의 교통이 몇시간 동안 마비된다. 최근에는 도시계획선마저 허물어버려 새로 개발한 상남지구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에 불법 안마시술소와 퇴폐 이발관이 줄지어 섰다. 잘 짜여진 계획도시의 중심부는 환락가로 넘쳐나고 주거지역은 높은 집값에 세입자들의 허리만 휜다.

부녀상봉 퍼포먼스에 색깔론까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일 오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찾은 곳이 바로 창원이다. 가음정 시장에서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다 미리 준비한 이벤트를 시작했다. 내용은 길거리에서 짙은 선글라스에 재건복을 입고 챙이 큰 모자를 쓴 박정희 풍의 준비된 연기자가 박 대표와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다. 마치 부녀가 상봉한 듯하게.

한나라당은 단순히 박정희 향수에 기대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무상교육 확대나 조세개혁 등 민주노동당의 공공성 강화 공약을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폄하하는가 하면 이런 정책을 펴는 “민노당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면 창원지역 기업들이 모두 떠나버려 산업공동화가 우려된다”는 낡은 색깔론이 박정희 향수와 함께 번져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과 교묘하게 맞물려 정책은 온데간데 없고 흑색비방전 일색의 선거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선거전 역시 60,70년대 박정희가 즐겨썼던 선거전략이었다.

지금 창원의 시장통에 나서면 막걸리 선거운동 시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 21세기 선거전을 치러야 하는 보수정당의 벌거벗은 몸뚱아리를 징그럽게 목격할 수 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남도의 4월 봄볕에도 60년대식 누비 솜옷을 켜켜이 끼워입은 낡은 정당의 발악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서글픔이다.

창원
한나라 색깔론 박정희 향수와 함께 번져
공공성 강화 공약 ‘사회주의 정책’이라 폄하


거제
김현철 사퇴 민주노동당 나양주 선전
정동영 삼성중 방문, 나양주 정문 선전전 맞불


산재로 이어지는 노동자의 피와 눈물

70년대 아버지가 세웠던 계획도시 창원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눈물이 배여 있다. 지난 2000년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때 구성된 가족대책위원회 주부들이 남편이 일했던 공장에 들어가서 대성통곡했던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노동자 대부분이 금속 사업장의 살인적 작업 강도에 대해 집사람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 날 작업장을 둘러본 주부들은 “이렇게 험한 일을 했구나”하면서 주저앉아 울었다.

박근혜가 창원을 찾은 선거 첫날 창원을 권영길 후보는 산재지정병원인 창원병원을 찾아 산재노동자 위문으로 선거전 첫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4, 5층 병실을 찾은 권 후보는 입원한 산재 피해자들에게 “산재판정과 후유장애 보상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안다. 신속한 재요양 승인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거제로 모이는 ‘진짜’ 노동자들

5일 밤 11시 거제에서 선전중인 나양주 후보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했다. 전날 충청권에 이어 하루종일 진주 길거리를 헤매다 같은 시각 거제에 도착한 단병호 비례대표 후보와 나양주 후보가 다음날 아침 유세 일정을 숙의했다. 김현철 후보의 사퇴와 나 후보의 선전에 위기감을 느낀 정동영 의장이 삼성중공업을 방문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맞불 유세를 계획했다. 정 의장이 아늑한 사무실에서 조선소 임원들을 만날 시각, 단병호와 나양주 후보는 정문에서 점심 선전전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4년 전 정당 등록을 위해 전국 시도지부를 급조해야 했던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후보들의 전국 순회 내용이 이제는 뉴스의 고정 꼭지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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