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기 민주노동당 인천광역시지부 공동선거운동본부 홍보팀장
(hyunki0124@hanmail.net)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인천을 향해 달리다보면 서인천IC를 지나면서부터 하늘은 검뿌연 색이 되고 건물마다 덕지덕지 붙은 검은 먼지가 붙어있다. 코끝으로 다가오는 것 역시 답답한 공장 냄새다. 여기가 인천 서구.

4, 5, 6 공단과 남동공단, 대우자동차로 상징되는 인천은 6대 광역시 중 ‘계속 그곳에 살고 싶다’는 주민들의 정주의식이 가장 낮은 곳이다. 그 중에서도 서구는 교통, 환경, 교육에서 가장 낙후된 곳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투표율도 늘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는 곳.

또한 노동자들 중에서도 굴뚝산업 노동자들이,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아 임금이 낮은 젊은 노동자나 한 달 겨우 100만원 받는 비정규직들이 대부분인 전형적인 서민지역이다. 심지어 집주인은 대기업 정규직 조합원이고, 세입자는 같은 회사 비정규직인 경우도 상당수다.

현역 의원 누르는 진보정당의 힘

지역 특성을 반영하듯 서구 구 도심권인 가좌, 석남, 가정동과 신 아파트 단지인 연희동 지역을 포괄하는 ‘인천서구, 강화갑’에는 한국노총 출신 현역의원인 민주당 후보와 민주노동당, 녹색사민당이 모두 후보를 내세워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후보와 격전을 벌이고 있다.

먼저 현역의원이면서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출신인 민주당 조한천 후보와 민주노동당 인천광역시지부장이면서 민주노총 인천본부 지도위원인 김창한 후보가 2000년 총선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 맞붙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2000년 총선과 이번 4.15 총선에서 두 후보의 대결구도는 사뭇 다르다. 지난 총선에서는 창당 3개월된 새내기 정당인 민주노동당에서 당시 현역의원인 조한천 후보에게 도전하는 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앙지뿐만 아니라 지역일간지 조사에서도 민주노동당 김창한 후보가 지지도에서 이미 민주당 조한천 후보를 한참 앞선 상태에서 한나라당 송병억 후보와 열린우리당 김교흥 후보를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97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 맞선 총파업 직후에 치뤘던 보궐선거에서 ‘날치기 정당 심판’을 명분으로 한국노총 인천본부와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공동으로 당선운동을 벌였고, 2000년 총선에서는 한국노총의 지지를 받았던 조한천 후보. 그러나 조한천 후보에 대해 양대 노총은 물론 지역 노동자들의 평가도 냉담한 편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주도한 탄핵정국까지 맞물리면서 지지율이 급락,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97년과 2000년 연속해서 조한천 후보를 밀었다는 한국노총 소속 노조 위원장 이아무개씨는 “한국노총이 녹색사민당을 창당하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조한천 후보는 이미 노동자 후보로서의 상징성은 상실했고 경력사항으로만 남아 있다”고 평한다.

반면 민주노동당 인지도와 지지율 제고를 위해 2000년 총선에서 서구강화갑 국회의원 후보, 2002년에는 인천광역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민주노동당 김창한 후보는 인천지역에서는 진보정당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서구지역 민주노총 산하 17개 노조와 지난 3월13일 공동선거대책본부를 꾸린 김창한 후보 진영은 노조의 적극적인 결합과 노동자들의 열성적인 지지에 한층 고무된 표정이다.

이상구 선거운동본부장은 “민주당 조한천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경우 시의원 두 명이 모두 사퇴를 하고 내부 공천경선을 벌인데 대해 지역주민들 사이에 불만이 크다”고 분석한다.

이 본부장은 또 “열린우리당 후보 역시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어서 탄핵여파로 인한 열린우리당 거품이 빠질수록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승부를 거는 김창한 후보의 지지율이 꾸준히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장담한다. 여기에 지난 2000년부터 이어졌던 대우차 사태로 상징되듯이 보수정치권의 노동정책을 실상을 지역노동자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것.

비정규직 등 투표권 확보 시급

이같은 분석에 기초해 김창한 후보 선본은 “지난 지방선거까지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선거운동하는데 주력했다면 이번에는 비조합원인 비정규직과 사무직, 그리고 부인들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대우자동차노조, INI스틸노조 등은 노조간부와 당원을 중심으로 서구선본을 별도로 꾸려 민주노동당 김창한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고, 조합원 부인들이 간담회를 열고 후보를 초청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문제는 근무조건 때문에 투표를 할 수 없는 비정규직의 투표권 확보. 대표적으로 인천공항 아웃소싱업체 노동자 4천여명은 오전 6시에 교대근무를 시작해 오후 6시에 교대를 하는 근무형태이기 때문에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민주노동당 인천시지부 이용훈 노동위원장은 “인천공항 아웃소싱업체 뿐 아니라 건설일용직, 유통업체 노동자 대부분은 투표하고 싶어도 근무조건 때문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민주노동당 인천광역시 공동선거운동본부에서는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인천공항 아웃소싱업체 노동자들의 투표권 확보를 위해 교대시간 변경 등 적극적인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선관위 쪽의 답변을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녹색사민당도 삼양제넥스 노조위원장인 정종섭씨를 후보로 내세워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어 이 지역의 노동자표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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