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대우자동차 인수를 포기한다고 발표하자 금융권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찌감치 자산관리공사에 대우채권을 팔아치우고 손을 털어버린 투자신탁사들은 느긋한 표정이다. 그러나 대우차에 거액이 물린 은행들은 벙어리냉가슴만 앓고 있다.

가장 후한 값을 쳐주겠다던 포드가 인수를 포기했으니 값을 깎아줄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 매각이 늦어진 만큼 운전자금도 추가로 대줘야 할 판이다.

우선 대우차 가격 하락으로 인한 추가손실이 불을 보듯 뻔하다. 만약 GM-피아트 컨소시엄이 써낸 50억달러(5조6천억원)선까지 내려간다면 현재 대우차에 대한 금융권 여신 12조6천억원 가운데 7조원은 손실이 된다. 손실률이 56%에 이르는 셈이다.

대우차 값이 50억달러까지 떨어진다면 그동안 대우차 대출에 40% 안팎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은행은 10% 이상 충당금을 더 적립해야 한다.

여기다 운전자금도 더 지원해야 한다. 지난해 9월 이후 채권단이 대우차에 신규로 대준 운전자금은 2조원 정도. 당초 계획대로라면 대우차 매각이 마무리되는 이달말까지 5천억원만 더 지원해주면 됐다.

그러나 매각이 최소한 6개월 이상 연기될 수밖에 없게 돼 신규자금 지원이 불가피하게 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차를 정상 운영하자면 한달에 최소한 1천5백억원은 필요하다"며 "6개월 늦어진다면 1조원 가까운 신규자금 지원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우차는 포드의 인수 포기에 따른 외형적인 손실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포드의 인수 포기로 신인도가 하락했고, 앞으로다른 인수 후보자와의 협상에서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어 보이지 않는 손실은 막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