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 이후 제너럴모터스(GM)-피아트, 다임러크라이슬러-현대차 컨소시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양측 모두 '패자부활전'에 자신감을 표시하면서도 훨씬 높은 값을 써냈던 포드가 탈락하면서 유리해진 입지를 의식한 듯 공식적으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GM-피아트 컨소시엄 급부상〓GM 본사의 아시아 태평양 부문 관계자는 지난달말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대우차를 인수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없다"며 "이를 위해 포드와 대우 채권단간 협상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 경우 대우차 인수를 놓고 경쟁기업과 다시 일전을 벌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대우차 인수에 계속 관심을 보여온 GM은 1997년부터 두차례 대우차와 양해각서를 교환했고 최근 1차 실사를 해 대우차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1차 인수제안서 제출 당시 4조6천억원 안팎으로 써내 인수가격이 가장 낮았다는 게 부담이다.

GM은 인수가격보다 기술이전 등 대우차 회생을 위한 질적 요소에 무게를 두었다고 밝혔다.

GM은 1백명이었던 인수추진팀 인력 중 30명을 잔류시키는 등 인수추진팀을 해체하지 않았으며, 18일 정부.채권단이 대우차 처리 방안을 발표하면 본격적인 대응 전략을 짤 계획이다.

◇ 현대는 다임러와의 조율이 관건〓다임러-현대차 컨소시엄은 16일 현재까진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다임러는 대우차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이를 대우차 인수 의지가 없다기보다 다임러의 주주를 의식한 제스처로 분석했다.

다임러 슈렘프 회장은 지난 6월 대우차 인수제안서를 낸 직후에도 "대우차의 일부 부문에만 관심이 있다" 고 말한 적이 있다.

현대차는 대우차 처리방안이 발표된 뒤 다임러측과 본격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따라서 전략적 제휴 조인을 위해 슈렘프 회장이 방한하는 오는 25일께가 재입찰 참여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GM보다 높은 값(5조5천억원)을 1차 제안서 제출 때 제시한 점을 들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 인수가격에 미칠 영향〓대우차는 포드의 인수 포기가 GM.다임러 등 매수자의 협상력을 높여 인수가격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GM이 지난 1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대우차는 인수조건이 악화되며 시간을 허비했다"고 밝혔고, 현대차가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대우 구조조정협의회는 분석했다.

정부는 1차 제안서 제출이 유효하다며 일단 두 컨소시엄을 상대로 매각협상을 재개할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정부가 내년 2월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고 일정을 못박고 협상하면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며 "차라리 법정관리 등으로 국영화를 통해 정상화한 다음 천천히 파는 게 제값을 받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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