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는 실사 중 대우가 돈먹는 블랙홀이란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16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포드의 대우자동차 포기배경을 이렇게 타전했다.

1백억달러의 리콜비용보다는 대우의 부실회계 등이 더 큰 문제였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우는 여전히 '한국경제의 블랙홀'"이라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우리 경제가 두고두고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대우는 국내외에 1백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빚의 규모뿐 아니라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은 3천여개의 국내외 채권단이 대우에 물리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기록적인 부실을 정부는 국내외 채권단과 투자자에게 떠안기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대우 채권은 장부가의 평균 40%로 상환키로 했다.

나머지 원금 60%와 그간의 이자는 돈을 빌려준 은행 등 금융기관들과 채권을 산 투자자들이 부담했다.

당시 이런 식의 해법을 만들어낸 정부 관계자는 "정부 내에서도 공적자금을 넣어 대우 부실을 근본적으로 털어내자는 일부 주장이 있었다"며 "이를 무시하고 결국 돈 한푼 안들이고 1백조원의 부실을 해결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경제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는 사실이 그후 속속 증명됐다.

먼저 투신권이 무너져 내렸다. 대우채권에 물린 한국.대한투신에만 10조원의 공적자금이 쏟아부어졌다. 나라.영남.한국종금 등 종금사들이 뒤이어 무너졌다. 신협.금고 등 서민금융기관들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1년이 지난 요즘 기업은 극심한 돈가뭄에, 은행은 대우 부실을 떠안느라 등골이 휘고 있다.

정부는 은행과 기업을 살리기 위해 몇십조원의 공적자금 추가조성 계획을 마련 중이다. 1년 전 '공짜 점심' 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금감위 관계자의 고백. "당시 대우처리는 근본적인 처방을 한 게 아니라 잠시 덮은 데 불과했습니다. 덮은 것은 언제나 다시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잘못 끼워진 대우의 단추들을 풀고 처음부터 다시 끼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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