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에서 단병호 민주노총 전 위원장과 배일도 서울지하철노조 전 위원장이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서 만나게 되는 장면이 상상이 되는가?

단병호 전 위원장이 민주노동당 당원 총투표로 비례대표 2번 후보로 선출된데 이어, 김영대 민주노총 전 사무총장이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27번 후보로, 배일도 전 위원장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18번 후보로 확정돼 전혀 실현 불가능한 일도 아니게 됐다.

이들의 엇갈린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이들이 지난 88년 결성한 서울지역노동조합협의회(서노협) 초대 집행부에서 함께 임원을 맡는 등 노동운동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배일도 후보가 초대 의장을, 단병호 후보가 부의장을, 김영대 후보가 사무처장을 맡아 서노협을 이끌었던 것. 단 후보는 이어 89년 2기 서노협 의장을 맡았으며, 김 후보는 93년에 서노협 의장을 맡아 이들 모두 서노협 의장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또한 단 후보와 김 후보는 민주노총에서도 각각 위원장과 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했고, 김 후보가 서노협 의장을 맡을 당시 전노협 조직국장으로 일했던 심상정씨도 현재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 후보로 선출돼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16년이 지난 지금 이들이 처한 상황을 비교해보는 이유다.

민주노총 출신인 배 후보와 김 후보가 이처럼 기존 여?야당 모두로부터 비례대표 후보로 ‘러브콜’을 받아 비교적 상위순번으로 선정됐다는 점도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다. 한국노총 출신들이 여?야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던 것을 되돌아볼 때 시대변화에 따라 달리진 민주노총의 위상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현재 당 지지도를 감안해 당선가능성을 비교해보면 한나라당은 14번 내외, 열린우리당은 22번 내외로 예측되고 있어 배 후보와 김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불투명한 반면, 단 후보와 심 후보는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 2번으로 당선권에 들고 있다.

특히 현재 이들에 대한 노동계의 반응도 크게 엇갈린다. 단 후보가 선거운동을 벌이는 곳마다 진보정당 이름으로 최초의 노동자 국회의원 탄생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모으며 환호를 받고 있는 반면 배 후보와 김 후보에 대한 반응은 차갑다.

지난 30일 배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것이 알려진 이후 노동계 홈페이지에서는 ‘수구부패정당인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김 후보 또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과 달리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위해 애썼음에도 불구하고 당선권에 들지 못한 것을 두고 ‘팽’ 당했다는 냉소섞인 평가를 받고 있는 상태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