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공무원 역시 노동자이고, 자유롭게 정치적 표현을 할 권리가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29일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공식 발표하면서, 헌법에 보장된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공무원이 노동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형철 공무원노조 정치위원장은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헌법에 보장된 정치사상과 신념의 자유까지 부정하는 ‘정치적 중립’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50년 동안 공무원들은 정권의 하수인으로, 권력의 심부름꾼으로,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내지 못했다”며 “이번 지지 선언은 공무원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한편, 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선거 중립 논란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김 위원장은 “국민 수준으로 볼 때 앞으로 관권선거가 통하겠느냐”며 “공무원노조 역시 노조 차원이 아닌 공무원 개인 업무에서는 철저히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민노당 지지 방침을 조합원들한테 알리는 것까지 선거법 위반으로 해석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의 노조 활동과 상급단체 가입을 법적으로 허용했으면서도 상급단체의 결정을 따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교조 원영만 위원장은 “교직원은 공무원이자 노동자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다”며 “과거 독재권력이 만들어 놓은 공무원 중립의무란 잣대를 여전히 들이대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원 위원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강행할 경우 모든 방법과 수단을 통해 강력히 대응하고, 이번 기회에 공무원 전체의 정치적 자유를 위해 다른 공무원들과 본격적인 연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정혁준 기자 jieuny@hani.co.kr★★★행정자치부는 노조 간부 9명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강경 대응을 굽히지 않고 있는 반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다소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행자부는 30일 공무원노조가 민노당 지지 선언과 낙선운동 방침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자, “선거법 위반이 명백해졌다”며 중징계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김국현 행자부 인사국장은 “외부 공표냐, 아니냐에 대한 이론의 여지가 없어졌다”며 “경찰 수사가 끝나지 않더라도 광역자치단체별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중징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행자부는 공무원노조가 지난 23일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특별결의문을 채택하자, 허성관 장관이 직접 나서 김영길 노조위원장 등 9명을 경찰에 고발하고,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중징계를 요구하는 등 강력히 대응했다. 행자부는 공무원노조의 결의문 채택에 대해 ‘외부에 공표하지 않은’ 결의 수준의 행위를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선거법 위반이라고 못을 박았다.

반면, 교육부는 전교조의 시국선언과 총선수업 방침 표명에 이어, 원영만 위원장의 민노당 지지 글에 대해서도 여전히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여부는 예민한 사안이라 쉽게 판단할 수 없다”며 “법무부 유권해석과 선관위 공문이 오면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선거법 위반으로 결론이 나면 절차에 따라 선관위 또는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며 “사법처리 수위에 따라 감봉, 해임, 파면 등 징계 정도도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위원장의 행위가 선거법 위반으로 결정나더라도 별도의 징계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교사·공무원 노조의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에 대해 각 당의 태도는 선명하게 갈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현행 법을 어긴 것이므로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민노당은 정치적 견해 표명을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반대 뜻을 밝히면서도 강도는 한나라당·민주당에 견줘 조금 약했다.

이강두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30일 “교사도 공직자인데, 현행법을 위반하고 사회혼란을 증폭시켜선 안 된다”며 전교조 등의 민노당 지지선언에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의장은 “대통령 탄핵도 법 위반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행정부가 법대로 하지 않을 경우 도처에서 사회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태도도 강경하다. 김영창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어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하고 장관들이 특정 정당 지지에 나서다보니 공무원과 교육공무원 단체마저도 위법을 일삼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회 기강을 무너뜨리는 사태를 개탄하며, 일벌백계로 엄정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민주노총 산하노조로서 상급단체의 입장과 함께 한다는 뜻은 이해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나 단체행동 금지 등 실정법 규정을 어긴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무원도 개인 자격으로는 정당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힐 수 있지만, 전교조 위원장의 이름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모든 권력자들이 유무형의 정치활동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정책 결정권자도 아닌 하위직급 공무원 노동자들이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이 금지돼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민노당은 “업무상 정치활동이 아닌데도 공무원 노동자들의 정치적 견해 표명까지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정치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중립 위반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선 “헌법상 중립조항은 공무원이 그 직무에 있어 부당하게 정치적으로 동원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공무원에게 정치적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영배 이본영 기자 kimyb@hani.co.kr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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