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어렵게 얻은 아이다. 맡길 곳이 마땅하지 않아 육아휴직을 내려고 했는데 병원은 선례가 없다며 못 준다고 했다.”(30대 여성노동자, 병원 10년 근무)

“백화점내 면세점에서 근무하는데 산전후휴가 사용 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육아휴직을 신청했더니 인사담당자가 사람이 없다면서 실업급여를 받게 해 줄 테니 아예 나가라고 했다.”(28세 여성노동자, 서비스직)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하려고 하는데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을 이미 배치했으니 무조건 기다리라고 했다.”(30대 여성노동자, 학습지 관리직 5년 근무)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대표 이철순, 한여노협)에 접수된 육아휴직 상담 사례의 일부분이다.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이지만 실제 노동자가 자유롭게 사용하기란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출산 여성노동자(또는 배우자) 5명 중 1명 정도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30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 피보험자 중 생후 1년 미만의 영아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노동자(또는 배우자)는 6,712명(10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출산을 전후해 90일의 산전후 휴가를 사용한 여성노동자 3만2,133명과 비교하면 21.2%에 불과한 것이다. 2002년에도 산전후 휴가 사용자는 2만2,711명이었지만 육아휴직자는 16.6%인 3,763명에 그쳤다.

한여노협 한 관계자는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은 사용주가 (육아휴직을) 주지 않기 때문이 제일 주된 이유”라며 “또한 복귀했을 때 불이익,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정부 지원금(월 40만원)이라는 점 등이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모성을 사회와 개인이 함께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며 “관리감독 등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동부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 노동부는 육아휴직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월 육아휴직 급여를 2002년 20만원, 지난해 30만원에서 올 2월 40만원으로 인상한데 이어 단계적으로 전체 노동자 임금 평균의 40% 수준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부는 또 5∼6월께 학교 등 비정규직이 많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관련 법령 위반이나 성차별 여부를 조사하는 등 노동자의 자유로운 육아휴직 활용을 위한 지도 감독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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