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과 녹색사민당 입장에서 중부권은 조직세가 약하고 당선권에 드는 후보가 별로 없어 전략지역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지역색이 약화되고 있는 곳이어서 도전해볼만한 곳으로 볼 수도 있다.

도농복합지역인 충청권에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 정치권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농민의 표심도 관심거리다.

대대로 자민련 강세지역이었던 충청권은 자민련이 완전히 몰락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양강구도로 가고 있는 상태다. 강원도는 지역위치상 안보문제에 민감하다보니 여당 지지성향을 보여왔으나 지난 2002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전국 평균을 조금 웃도는 민주노동당 지지율을 기록해 이번 선거결과도 주목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중부권에서 총선거구수에 비해 출마자가 적기 때문에 선거를 치르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미출마지역의 정당득표 활동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강원지역은 인구밀도가 낮아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춘천지구당만 해도 철원, 홍천, 인제 등 광활한 지역의 정당득표 활동을 맡아야 하며, 태백, 영월, 정선, 평창은 4개 지역이 한 선거구로 묶여 있다.

민주노동당은 중부권으로 분류되는 충북 8개 선거구 중 3곳에서 출마하며, 충남은 10곳 중 4곳, 강원도는 8곳 중 4곳, 대전 6곳 중 2곳 등 총 23개 선거구의 절반 정도인 13곳에서 출마한다. 녹색사민당은 대전대덕, 충북상당, 제천단양, 천안갑 태백, 영월, 정선, 평창 등 5곳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 충청 자민련 몰락, 민주노동당 선전

충청권의 최대 쟁점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다. 도민들이 행정수도 이전에 높은 지지를 보내면서 열린우리당이 당선돼야 행정수도 이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인식이 깔려있어 진보정당에게 난제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진보정당 입장에선 탄핵사태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탄핵사태 이전에는 한나라당보다 5%p 수준으로 앞서던 열린우리당이 이젠 5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민주노동당 충청지역 후보들도 당 정책만 내세우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충남도지부 이승우 선거대책위원장은 “행정수도 이전을 총선전략의 일환이며, 지역개발로 건축업자만 배불리고 집값과 세금만 상승시켜 서민들의 주택마련을 어렵게 하는 등 생활고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바닥민심의 반응은 아주 호의적이며, 천안을의 경우 당선가능성을 내다보고 있으며, 아산의 경우도 김병성 후보(아산농민회 정치위원장)의 지지기반이 탄탄하고 민주노총과 전농이 전면 결합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어 예측불허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보수정당들이 충청권에서 인물난을 겪고 있는 점은 정책과 인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자민련이 몰락하자 자민련 출신인사들이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으로 간판만 바꿔달고 출마, 지역주민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것.

민주노동당이 충청권에서 승부지역으로 보고 있는 천안을의 경우 현역의원인 함석재씨가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을 바꿔 출마하며, 열린우리당 후보인 박상돈씨는 자민련 공천을 받으려다 결국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했다.

민주노동당 천안을 이용길 후보는 지난 2000년 총선 때 불과 한달여를 준비해 출마했으나 11%대의 득표율을 보인 바 있어 이번 총선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후보는 96년 백석동 쓰레기 소각장 설치반대 대책위 시민대표, 98년 천안민주단체협의회 의장, 충남고 용실업대책본부 공동대표, 99년 천안지역 학교 운영위원장협의회 부의장, 2001년 충남 독도주권수호대 지도위원 등을 맡는 등 지역 내 시민단체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노사모’ 일부 회원들까지 이용길 후보 지지의사를 개별적으로 밝히면서 지지선언을 조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충북도지부는 청주지역에서만 3개 선거구에 모두 후보를 출마시켰다. 흥덕갑 배창호 후보, 흥덕을 박만순 후보, 상당 윤성희 후보다. 배 후보는 민주노총 초대 충북본부장 출신으로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지원활동이 예상된다. 윤성희 후보는 최근 열린우리당 상당구 홍재형 후보 쪽이 한나라당 윤의권 후보에 대한 비방문건을 전달한 것을 폭로하는 등 열린우리당의 구태의연한 선거운동 방식을 비판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 대전,강원, 민주노총, 전농 선거운동 활발

민주노동당 대전지역은 아직 당 활동 체계가 확고히 자리 잡지 못해 민주노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다 이번에 출마하는 후보 2명이 모두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선정돼 민주노총의 활동이 주목되고 있는 곳이다. 대덕에 출마한 선재규 후보는 민주노총 대전본부 지도위원이며, 서구에 출마한 김양호 후보는 대전본부 교선국장이다.

민주노총 대전본부는 지구당준비위원회 체계로 총선에 임하고 있는 서구에 상근자를 파견하는 등 인력지원을 하고 있으며, 기탁금 지원을 위해 재정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전본부 최용택 정치위원장은 “대덕과 서구는 모두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총선에 참여하는 곳이어서 상당한 의미가 있으며, 이번 선거를 계기로 2년 뒤 지방선거 때의 선전과 4년 뒤 총선 때 6곳 모두 출마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정치위원장은 “김양호 후보와 함께 지역을 돌아다녀보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것을 알 수 있지만, 민주노동당에 대한 인식은 아주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6대 총선에서 18%의 지지율을 얻었던 유성구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히고 있다. 유성구는 과기노조 조합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모을 수 있는 곳이지만 과기노조에서 출마자를 내지 못했다.

강원도에서도 열린우리당이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후보들도 선거진용을 갖추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강원도는 농민회가 적극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으며, 그동안 지역 내 심각한 교육문제 등 지역현안 해결에 주력해온 민주노동당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강원지역 후보 중 가장 먼저 출마준비를 시작한 민주노총 길기수 강원본부장은 춘천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길 후보는 현재 5%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춘천은 길 본부장과 민주노총 대변인 출신의 이용범씨가 맞붙는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씨는 탄핵사태 이후 민주당 공천을 철회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노동당 원주 김광호 후보는 지난해 두산중공업 고 배달호씨와 관련한 집회를 이유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최근 구속됐다가 불구속기소로 석방되기도 하는 등 총선후보등록을 앞두고 ‘민주노동당 후보’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녹색사민당 청주상당에 기대

녹색사민당은 대전 대덕 신문휴 후보(태아산업노조 전 위원장), 충북 청주상당 한상관 후보(충북발명진흥협회), 제천단양 김대한 후보(기독교 독립유공자유족회 사무장), 충남 천안갑 곽금미 후보(녹색평화당 전 여성특별위원장), 강원 태백,영월,정선,평창 전제웅 후보(한자교육연수원 대표) 등 5명을 출마시킬 예정이다. 녹색사민당 김동필 부대변인은 “최근 청
주방송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상관 후보가 4%대의 지지율이 나오는 등 희망을 보이고 있다”며 “한 후보가 지역인지도가 높은 편이어서 선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 대덕, 청주상당, 태백, 영월,정선,평창 등 3곳은 민주노동당 후보와 맞붙게 돼 선거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녹색사민당은 “민주노동당은 민주노동당대로 하고 녹색사민당은 사민주의 정책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펼치면 되는 일”이라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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