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델란드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의 가전업체인 필립스전자가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국제적인 환경기준과 노동기준을 준수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필립스전기는 23일 전세계 협력업체들에게 △아동 노동 제한 규정 준수 △노동자들의 건강 및 안전보호 △노조 결성권 보장 △인종 및 종교, 성에 대한 차별금지 등의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지키도록 강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계 협력업체 ILO 기준 지켜야”

필립스전기는 특히 “부품업체들이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정한 환경기준과 아동노동 등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을 준수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필립스전기는 또한 이번 조치에 동의하지 않은 협력업체들의 교체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계속적으로 필립스전기가 제시한 국제적 환경기준과 노동기준을 무시할 경우 업체 교체를 심각하게 고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트리샤 올러만스 대변인은 “이것이 단순한 흑백논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기준과 진정으로 함께 할 수 없는 협력업체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과의 협력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문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올러만스 대변인은 또 “공급자들에 대한 요구는 향후 2년 동안 단계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며 “첫 단계로 동일한 규정을 마련했고 이번 주부터 필립스의 요구를 따르도록 한 뒤 올 연말에 기준을 얼마나 준수했는지 협력업체들이 스스로 평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다른 다국적 기업 영향 주목

특히 이번 조치는 선진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거대 다국적기업이 국제적인 노동기준을 다른 나라의 협력업체들에게까지 확산시킨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제3세계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노동탄압 사례가 빈번한 상황과 비교해서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더구나 필립스전기의 협력업체들은 전세계에 걸쳐 5만여개에 달할 뿐 아니라 필립스전기가 지난 한해 이들로부터 부품과 서비스를 구입한 규모가 192억유로(236억 달러, 36조7,924억원)에 이르고 있어 다른 다국적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국제산별노조들도 다국적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주목하면서 다국적 기업들과 진출국가에서 국제노동계가 요구하는 노동기준을 준수하도록 하는 다자간 협약 체결에 주력하고 있다.

환경기준, 노동기준 등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정보를 기업들에게 공급하고 있는 업체의 한 관계자도 “잘 운영되고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가진 사회적 정책에 관한 정보를 요구한다”며 기업들의 사회적 쟁점에 대한 관심이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례는 사회적 정책을 협력업체들에게 적용하려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며 “더많은 사회적 책임과 투명경영이 소비자들의 좋은 평판을 가치있게 생각하는 소비재 생산 업체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게 더 투명해져야 할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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