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차별철폐 대행진의 둘째 날 순례지에 ‘레미콘협회’가 포함됐다. 레미콘협회에 소속된 레미콘 회사들은 레미콘 운송기사들의 노동자성을 문제 삼으며 이들이 가입해 있는 노조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전국건설운송노조 서보분회(분회장 조성동)는 지난해 7월25일 분회설립을 했지만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교섭을 거부해 왔다. 서보레미콘 역시 이들 레미콘 기사들이 지입차주이기 때문에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해 11월5일 조정종료 결정을 받고 12월11일 파업에 들어갔는데 회사는 곧바로 “분회장 등 집행간부들과는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며 간부 6명에게 계약해지 통보서를 발송했다. 결국 이들 집행 간부들은 모두 해고된 채로 파업을 이어갔으며 경찰은 조성동 분회장을 지난 2월9일 업무방해 혐의로 조사차 소환한 후 조사 중에 바로 구속했다.

구속영장 신청서에 따르면 “피의자는 수원지방노동사무소에 서보산업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하지 않고 마치 설립필증을 받은 것인 양 속였다”는 것이다. 즉 조합원들에게 불법노조 활동을 마치 정당한 것처럼 속여 파업을 주도했다는 것. 그러나 노조는 이미 합법적인 쟁의조정 신청을 밟았을 뿐 아니라 파업과정에서 아무런 기물파손이나 폭력사태도 발생하지 않았다. 회사 쪽의 주장대로 노동자가 아닌 지입차주 개인사업자라면 이미 도급계약이 해지된 레미콘 기사들이 자기 차를 운행하지 않았을 뿐인데 업무방해로 구속이 된 셈이다.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불법파업의 굴레를 씌우기도 하고 노동자도 아닌데 일을 하지 않았다고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그런 이중적인 법의 잣대 속에서 서보레미콘 운송기사들의 파업은 벌써 1백일을 훌쩍 넘기고 있다.

김경란 기자(eggs95@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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