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노조 새 위원장에 반 배일도 진영의 단일후보로 나선 허섭씨가 당선돼 5년 만에 노조 집행부가 바뀌게 됐다. 또 4개 지부장 선거 중 3개 지부에서 허섭 후보 진영의 후보가 당선되고 나머지 1개 지부에는 허섭씨 진영 후보가 단독으로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12대 서울지하철노조 집행부 선거에서 9,045명(97.2%)의 투표자 가운데 기호 4번 허섭 후보가 5,777표인 63.9%의 지지율로 34.8%(3,144표) 지지율에 그친 기호2번 배일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각 지부 선거에서는 허섭 후보 진영에 속하는 승무지부 이준헌(70.1% 지지율), 기술지부 최동준(60.8%), 차량지부 김현상 후보(60.25)가 당선됐다. 허섭 후보 진영의 김문영 후보와 배일도 후보 진영의 박흥선 후보가 각각 45.4%와 29.5%의 지지를 얻어 결선투표가 예정된 역무지부에서는 박흥선 후보가 20일 공식 사퇴했다. 이에 따라 23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결선투표에서도 김문영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져 본조와 4개 지부 선거에서 모두 허섭 후보 진영이 싹쓸이하게 될 전망이다.

1994년 파업으로 해고된 바 있는 허섭 위원장 당선자는 96, 97년 차량지부장을 역임했으며 △구조조정 저지 및 고용안정 △인력충원을 통한 주5일 근무 △민주적이고 투명한 노조운영 △노동건강권 확대 △개악된 복리후생 원상회복 △동종업종노조 연대강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허섭 위원장 당선자는 “현 집행부가 당선될 경우 공사측 흑자경영계획에 따른 고용불안이 더 커질 것이라는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전폭적인 지지로 이어졌다”며 “이후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허섭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 당선 의미와 원인은?

"지난 5년 동안 구조조정으로 정원이 축소되고 후생복지가 후퇴하는 등 노동조건이 후퇴했다. 현 집행부가 재선되면 공사의 흑자경영계획에 따른 2,773명 인력감축, 용역화 수용 등으로 고용이 위태롭다는 조합원들의 판단이 압승을 가져왔다고 본다."

- 배일도 집행부가 장기 집권한 이유를 뭐로 보나?

“민주집행부라 하더라도 조합원들에게는 비판의 지점이 있었다. 이전 집행부들이 조합원 중심의 활동이라기보다는 간부중심의 노조활동을 해 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후 노조 주인은 조합원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바탕으로 조합원들이 노조에 애정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

- 현재 주요 현안문제가 무엇인가?

“공사의 흑자경영계획에 따른 구조조정을 막고 고용안정을 이루어내야 한다. 그동안 인력감축으로 현장 노동강도가 너무 심하다. 주5일 근무 도입과 관련해 인력 충원을 통해 근무형태 변경을 해 내야 한다. 충분한 교섭을 통해 정책을 보완하고 풀어나가겠다. 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포기하지 않겠다. 서울시와 공사가 고용안정을 위협한다면 단체행동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대화로 풀리기를 기대한다.”

- 일부 언론에서는 강성집행부가 들어섰다며 파업을 우려하고 있다.

“배일도 집행부의 무파업, 무쟁의 선언은 노조이기를 포기한 것이었다. 교섭만으로 풀어간 것인데, 그 한계는 이미 드러났다. 5년 동안 양보교섭 결과는 구조조정과 노동조건 후퇴였다. 정상적인 교섭과 단체행동권 이행을 병행하겠다. 노조다운 노조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 상급단체, 서울모델, 전국공기업노조협의회와의 관계는 어떻게 풀 것인가?

“공공연맹과 민주노총과의 관계는 회복돼야 한다. 상급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활동하겠다. 서울지하철의 구조조정은 철도나 도시철도, 대구,인천,부산지하철 모두 마찬가지 현안이다. 일단 궤도노조들과의 연대에 집중할 것이다. 서울모델이나 전공노협 문제는 차후에 검토해 보겠다.”

김학태 기자(tae@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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