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상태에 있는 일부 기업들이 이자비용감소 등 워크아웃제 적용에 따른 생산원가 절감을 활용해 덤핑경쟁을 일삼아 시장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 세금이나 다름없는 금융지원을 등에 업고 정상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는 건강한 기업들을 궁지로 몰아 넣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대부분 채권단이 순이익 등 내실보다는 매출액 같은 외형을 기준으로 이들 기업에 대한 경영의 성과를 따져 매출액 부풀리기 경쟁을 부채질하고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경영평가 기준은 매출액, 순이익, 현금흐름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매출액을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워크아웃 기업들은 경영평가에서 우수평점을 받기 위해 "일단 많이 팔고 보자"는 식으로 매출경쟁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워크아웃기업을 어떻게 해서라도 되살려 채권을 회수하려는 채권단의 이해타산까지 가세, 덤핑판매 등 과당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유화업계.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쇼크로 상당수업체가 워크아웃기업에 편입되면서 일부 기업들이 낮은 금리 등을 무기로 덤핑경쟁에 나서 물의를 일으켰다.

금감원은 유화업계의 덤핑경쟁이 문제가 되자 워크아웃업체인 고합 등에 대해 특별검사에 착수했으나 구체적인 혐의를 찾지 못한 채 흐지부지 특검을 마무리했다.

조선업계도 워크아웃으로 인한 과당경쟁에 휘말린 케이스. 대우중공업이 워크아웃 편입이후 조선부문에서 놀랄만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경쟁업체들 사이에선 `역차별'이라는 불평불만이 노골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산업은행총재 시절 대우중공업의 수주현장에 산은지점장을 내보내 금융지원 등을 약속하며 수주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제당 김주형 대표이사는 "식품이나 음료업계의 경우도 일부 워크아웃업체의 덤핑경쟁으로 시장질서가 흐려지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워크아웃 기업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그러나 "워크아웃기업들이 `일단 생존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금융지원을 바탕으로 물량공세를 펴는 사례가 있으나 정상업체들도 덤핑을 하는데 굳이 워크아웃기업들에 대해서만 덤핑을 문제삼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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